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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PLO 협상 큰진전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스라엘 총선 투표가 종료됐다. 현지는 6월 1일 결선투표가 필요없을 것 같다는 분위기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 (PLO) 와 '공존공영' 을 내세운 에후드 바락 진영은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족감정에 기대어 강경노선을 밀어붙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미 기자들로부터 "패배의 원인이 뭐라고 보느냐" 는 질문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는 96년 총선때 PLO과격파의 잇따른 자살 폭탄테러 덕분에 부동표를 흡수, 막판 역전극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도 네타냐후는 동예루살렘의 PLO사무소를 폐쇄하고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의 병력철수를 미루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스라엘판 '북풍 (北風)' 은 불지 않았다. 오히려 중재역할을 맡은 미국이 등을 돌리는 역효과만 초래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접촉, 네타냐후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지난 4일로 예정된 PLO독립국가 선언을 선거 후로 연기시켰다.

팔레스타인 과격파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도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협상을 벌일 용의가 있다" 며 네타냐후의 바람을 빼버렸다.

바락 후보는 군 총사령관 출신. 그러나 기성정치인 뺨치는 선거전략을 구사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35년간 미 공화당 선거전략가로 활동해온 아서 핑클스타인을 영입해 톡톡히 재미를 보자 바락은 92년 클린턴 대통령 승리의 일등공신인 제임스 카빌을 스카우트해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유연한 정책노선을 빗대어 "PLO를 다루기에 약한 인물" 이라고 네타냐후측이 공격하자 그는 4성 장군 군복차림으로 TV광고에 출연하는 깜짝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바락의 승리가 확정되면 PLO와의 교섭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추가 철군을 비롯, PLO의 독립국가 선언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현지 신문들은 "바락의 승리는 이스라엘이 PLO 잠정 자치에 합의한 오슬로 협약 정신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 평가했다.

그러나 PLO자치구의 지위를 둘러싼 최종교섭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바락은 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지역은 양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외 지역까지 넘기라는 PLO의 주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다시 불붙고 있는 레바논 남부지역의 유혈충돌은 언제든지 바락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바락의 모호한 지지층도 문제다. 주요 지지층인 20~30대 유권자들은 "종교적 규제에서 이제는 시민권을 보호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할 시점" 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외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이스라엘은 만만찮은 내부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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