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87명 피폭사망 코리사마을 '인간방패'논란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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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의 유고 공습 여파로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면서 '인간방패'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나토는 나토 전투기들이 14일 코소보 남부 코리사 마을을 폭격, 주민 87명이 숨졌다는 유고관영 탄유그통신 보도를 시인했다.

이는 3월 24일 공습이 시작된 뒤 단일 폭격으로는 가장 큰 민간인 피해 규모다.

지금까지는 지난달 14일 코소보 알바니아계 난민 행렬에 대한 오폭으로 75명이 희생된 것이 가장 컸었다.

당시 나토는 목표물 설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나토는 "코리사는 유고군 지휘부와 무장수송장비, 10문 이상의 대포 등 군사장비가 관측된 정당한 군사목표물" 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히 공습 목표가 될 군사시설 주변에 민간인들이 왜 머무르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민간인들이 인간방패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케네스 베이컨 미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유고가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보고를 계속 접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리사에서 인간방패가 사용됐다는 확증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공습후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피해현장을 공개한 점 등을 들어 유고가 파괴된 장갑차량 등을 치우고 민간마을로 위장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코리사를 처음 폭격한 미 공군 F - 16 조종사도 "군용차량들로 보이는 물체를 확인한 뒤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고 주장했다.

존 스펠러 영국 국방차관도 14일 "유고가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교량 밑 등 나토의 공습 목표물에 계획적으로 집단이주시키고 있다" 고 밝혔다.

유고는 이같은 주장을 "미친 소리" 로 일축, "나토가 군사시설과 민간지역을 가리지 않고 야만적인 폭격을 하고 있다" 고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유고의 인간방패작전 의혹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나토의 공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토 폭격기 조종사들이 목표물에 민간인 존재와 관련, 의심쩍은 점이 발견될 경우 공격을 하지 않도록 명령받고 있다.

이에 따라 출격뒤 목표물에 폭격을 하지 않고 돌아오는 폭격기들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나토측은 밝혔다.

나토 관계자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이 인간방패작전을 구사함으로써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폭격기의 힘을 빌려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자동적으로 청소하고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대외선전으로 나토의 입지를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영국 정부는 유고가 인간방패와 함께 "알바니아계 주민의 여권과 선거등록부를 없애버리고 자동차 번호판까지 떼어내는 등 역사책에서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지워버리기 위한 계획적인 전략을 쓰고 있다" 고 비난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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