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효과적인 유학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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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이곳 미국의 대학 캠퍼스들에서는 졸업시즌을 맞아 사회로 첫 진출하는 젊은이들의 꿈과 흥분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지난 8년간 미국경제는 세계화와 하이테크 벤처들의 호황으로 공전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어 졸업생들은 미국회사들의 치열한 유치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옆에서 보기에도 흐뭇하고 부러울 정도다.

반면 우리 한국유학생들은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온 보람도 없이 귀국해 봐야 국내의 경제위기로 신통한 일자리의 보장도 없고, 또 비자문제로 미국에서 직장 잡기도 힘들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으로 고민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한국 유학생들이 대만.싱가포르 유학생들과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건만 우리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국제통화기금 (IMF) 환란을 초래해 많은 우리 젊은이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젊어서의 고생은 잘만 활용하면 인생의 좋은 교훈이 될 수도 있다.

필자처럼 60년대에 미국 유학을 한 사람들은 당시 우리나라의 외화부족으로 1인당 50달러까지만 갖고 출국할 수밖에 없어 대개가 고학 (苦學) 하면서 유학생활을 했다.

내가 아는 한국의 모대학 교수는 미국 유학와서 화장실 청소를 하며 공부를 했고 또 한 친구는 당시 부친이 현직 대사였으나 식당에서 웨이터로 학비를 벌어야 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슈퍼마켓에서 짐 날라주는 노동을 하다 식당에서 접시닦이 노릇도 했다.

실은 접시닦이로 승진하기 이전에 얼마 동안은 기름기가 더 많아 힘든 냄비닦이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혹자는 힘든 유학생활이었다고 할는지 모르나 젊어서 그랬는지 나는 별로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고, 밑바닥에서부터 미국사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일했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공부를 하러 보스턴에 가니 장학금도 많아지고 조교 (助敎) 자리도 얻어 한달에 두세번씩 기숙사밥이 아닌 외식도 할 수 있었다.

요즘엔 우리나라 유학생수도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고 미국유학의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효과적인 유학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첫째, 유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동시에 미국사회와 미국생활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 실제체험을 통해 이 나라를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자면 미국 학생들과 기숙사나 아파트를 같이 쓴다든가 미국 가정에서 민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학교 도서관이나 실험실, 학교 우체국, 식당 등에 취업해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궂은 일을 하면서 용돈도 벌고 노동의 고귀함을 깨달으며, 인내심.독립심.겸손한 마음을 배양함으로써 유학생활을 학문습득과 인생성장의 일석이조 (一石二鳥) 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젊어서의 고생은 돈 주고도 못살 값있고 소중한 경험이므로, 한국에서 부모님 밑에서 호강하고 자랐을수록 유학생활에 좀 고생해 보다 원숙한 인격자가 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미국 유학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오든가 대학재학중에 미국전학을 하려면 한국에서 최소한 군복무를 마친 후가 좋다.

미국생활은 갑자기 낯선 환경에서 외로울 수 있고 또 자칫 여러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주관이 선 다음에 유학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하겠다.

넷째, 공부하면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틈을 내 미국이나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한국인과 어떻게 다른가를 배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학교수님들도 연구실로 귀찮을 정도로 자주 찾아가 그분들의 학문.경험.인생철학을 배우고 듣는 기회를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바쁜 사람들이지만 학생들이 자주 찾아와 말을 걸면 대개가 즐겁게 대화의 상대가 돼주고 관심을 보여주게 마련이다.

또 그렇게 해서 좋은 취직자리도 소개해줄 수 있고 다음에 공부를 더하고 싶으면 좋은 추천서도 써준다.

가능하면 미국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귀국하지 말고 1~2년 미국회사나 연구기관에서 현장교육을 받는 것이 이 다음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1~2년 전부터 H - 1 비자 등 여러 방법으로 졸업 후 미국사회에서 몇년 일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막상 졸업하기 불과 2~3개월 전부터 서둔다면 이미 때는 늦게 마련이다.

박윤식 미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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