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재주로 감초출연 "탤런트 부럽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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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2일 방영된 KBS2 신설 '열전!팔도명물' 에 나온 양운하씨. 일명 장풍도사다. 한강 건너편에 씨름 선수 11명 등 15명을 세워놓고 손에서 나오는 기운으로 15명 전원을 쓰러뜨리는 묘기를 선보였다.

눈썰미 있는 시청자라면 양씨 모습이 낯설지 않았을 것. 그는 91년부터 지금까지 방송3사를 번갈아가며 무려 40차례 이상 출연했다. 방송에 익숙해 '양PD' 란 별명도 붙었다. 자주 등장하다 보니 자기 장기를 발휘하는데 적합한 연출방법도 터득하게 됐다.

지난 3월엔 일본 아사히TV도 그의 묘기를 17분간 방영해 이제는 '국제스타' 로 떠올랐다. TV에 탤런트.개그맨.아나운서만 있는가. 아니다. 방송국이 단골손님으로 모시는 일반인도 상당수다.

볼거리에 목말라 하는 방송사가 '귀빈' 으로 대하는 명물들이다. 특집.정규프로 할 것 없이 노니는 무대 또한 넓다.

방송제작자들은 약방의 감초 격으로 활동하며 TV에 20차례 이상 출연한 사람을 대략 30여명 정도로 추산한다. 재주가 특출한 사람을 고르다 보니 중복출연이 불가피하다고 푸념할 만큼 방송사에선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재능도 십인십색이다. 동물 조련사 김미정씨. 그의 명함엔 'KBS.MBC.SBS 전속 출연' '드라마.CF.동물 출연 환영' 이란 문구가 박혀있다.

TV경력 13년째에 출연 횟수도 3백여회. 물개.침팬지.곰 등 야생동물부터 고양이.토끼.염소 등 애완동물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모든 동물들이 놀라운 재주꾼으로 변신한다. 동물을 주로 다뤄 '뽀뽀뽀' 'TV유치원' 등 어린이 프로에서 인기가 높다.

'인간 불가사리' 로 알려진 김승도씨는 금속을 집어삼키는 특수체질. 자동차.자전거.철사 쇠붙이는 물론 금과 은, 심지어 수은마저도 '간식' 삼아 먹는다. 수은시계에 도전했을 때는 병원에서 '죽어도 좋다' 는 각서까지 썼다는 일화가 있다. 30년 동안 소화한 금속만 6t가량. 미국.중국.일본에도 소개됐다.

반면 전공은 기 (氣) 수련. 각종 건강강연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지난 22년간 중고생.효자.효부.청백리 등을 몰래 도와줘 표창장도 1백20여회 수상했다.

출연횟수로 따지면 고영안씨와 이양승씨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두 명 모두 셀 수가 없다고 대답한다. 고씨는 각종 무술의 능통자. 태권도.합기도.검도 등 총 40여단을 자랑한다. 오락프로에 나와 기계체조.풍선차기.검묘기 등 뛰어난 무예기량을 뽐내는가 하면 '꿈의 궁전' '은실이' 등 드라마에서 '주먹' 으로 자주 등장한다.

일명 '통아저씨' 로 불리는 이씨는 1m59㎝.48㎏의 작은 체구로 좁은 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장기. 흐느적거리는 춤사위도 볼 만하다. KBS '슈퍼TV 일요일은…' 에 고정출연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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