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교대와 종합대 합쳐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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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일부 지역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교육대와 인근 종합대의 통합문제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지난 2월 전국 각 교육대는 중등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3학년 편입시험을 치렀다.

경쟁률이 무려 50대1에서 1백대1까지 되는 대학까지 있었다.

이는 중등교사의 적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선 국립 및 사립대의 사범대학 졸업자, 일반대의 교직과목 이수자 등 중등교사 자격자들이 다양하게 배출되는데,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사범대학에선 취업률이 10%도 안되는 학과가 수두룩하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지 취업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한들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이처럼 역대 정권의 교육정책 중 실패한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바로 중등교사 양성제도다.

이에 비하면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는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교육대라고 해서 모든 게 다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대학입시에서 우수 학생들이 사범대학보다 교육대에 모여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초등교사 양성정책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교사는 중등교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등교사는 자기 고유의 전공교과가 있고, 그 교과를 충실히 가르치면 된다.

반면 초등교사는 국어.수학에서부터 미술.음악.체육 등 예체능 교과까지 모든 교과를 가르쳐야 한다.

또 인성교육에 미치는 교사의 영향도 중등학교보다 초등학교가 훨씬 크다.

따라서 교육대는 규모가 작더라도 더욱 알차게 특성화해 훌륭한 초등교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행정 당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교육대와 인근 종합대의 통합은 교육부가 아닌 기획예산청에서 예산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나왔다고 한다.

국가 장래를 좌우할 교육 문제를 단순한 경제논리로 풀려는 발상인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교육대의 통합 문제를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아무리 예산절감이 중요해도 종합대 내에서의 사범대학은 대표적으로 실패한 사례인데, 사범대학과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독립된 교육대를 왜 합치겠다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사범대학에 건실한 교육대를 합치면 거기서 얻어지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이는 대기업의 한 부실기업에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을 합쳐 둘 다 부실하게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 말하면 통합을 하더라도 사범대학과 교육대를 각각 따로 운영하겠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부실한 사범대학이 한지붕 밑에 있는 한 교육대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예상되는 현실적인 문제로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학과 학생들이 초등교육 쪽에 복수전공으로 대거 몰려올 경우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 여파는 초등교사의 질 저하로 직결될 것이고, 머지않아 중등교사의 취업난이 초등교육계로까지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대와 종합대의 통합은 지극히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행정 당국은 이 통합 계획을 하루빨리 철회하고, 쓰러져가는 사범대학을 비롯한 중등교사 양성체제를 정비하고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길수 공주교육대 교수.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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