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홍순민 교수의 '우리 궁궐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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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궁궐박사' 홍순민 (洪順敏.43.명지대 객원교수) 씨가 '우리 궁궐 이야기' (청년사.1만6천원) 를 펴냈다.

이번 책은 자신의 '역사기행 서울궁궐' (94년 서울학연구소 발간) 과 '조선왕조 궁궐경영과 양궐 (兩闕) 체제의 변천' (96년 박사학위 논문) 을 한데 묶어 알기 쉬운 교양서로 펴낸 것.

저자는 서울의 궁궐들이 영국의 윈저궁.버킹검궁, 프랑스의 엘리제궁, 러시아의 크렘린궁, 일본의 황궁 등과는 달리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은 궁' 이라는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생명 불어넣기' 에 골몰한다.

"무리한 복원을 통한 외형재현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원형에 대한 재인식이 더 시급하지요. " 그가 대한제국.일제식민으로 이어지는 근대사의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재인식' 을 위한 첫걸음. 특히 저자는 법궁 (法宮.제1궁궐) 과 이궁 (離宮.제2궁궐) 이 갖는 정치관계학 규명을 통해 조선왕조사를 읽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그의 말로는 "왕의 정치행위가 법궁과 이궁의 역학구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는 것이다.

고궁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화석화한 분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이다.

대신 저자는 차라리 망가진 궁궐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는 입장을 내놓을 정도다.

간혹은 역사에 대한 분노가 더 절실한 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단행본에 담긴 서울의 5대 고궁, 즉 경복궁.창덕궁.창경궁.경희궁.경운궁 (덕수궁) 의 숨겨진 역사 다시 읽기작업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저자는 관변에서 경희궁 대신 종묘를 5대 궁궐로 꼽는 것에 대한 오류지적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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