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전 아마 호황…프로는 불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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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가 아마추어보다 강하고 인기도 높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의 바둑계는 이상하다. IMF로 사라진 프로대회는 부활의 기미가 없는데 새로운 아마추어 대회는 줄을 이어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TV마저 가세하여 바야흐로 아마추어 전성기가 시작될 조짐이다. 제1회아리랑펀드배 통일아마대항전은 총예산이 1억원을 웃도는 슈퍼급 대회다. 전국의 아마강자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는 우승상금이 5백만원이고 준우승 250만원. 본선진출자 48명 전원에겐 아리랑펀드 주식 각50주를 따로 준다.

예선은 오는 22~23일 한국기원의 시도본부및 시도 지원에서 치른 다음 본선부터는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돼 연중 방영된다.

제1회삼신생명배 어린이국수전은 7월20일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상금규모나 진행경비는 지금까지의 모든 아마대회중 단연 최대다.

우선 어린이국수는 1백만원의 상금외에 초등학교 전학년동안 매달 5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졸업까지 매달 60만~80만원의 장학금을 계속 받는다.

총 3천만원이 넘는 액수다. 어린이대회는 보통 대회를 열었다하면 1천~2천명이 몰려드는 상황이어서 대회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명한 전국아마추어대회로는 아마국수전.지송배.아마10강전.아마유단자대회, 부산의 롯데배, 마산의 학초배, 전주의 풍남배, 대구의 아마대왕전 등이 있고 여류대회와 어린이대회를 합하면 30개가 넘는다.

여기에 새로 출범하는 대회가 겹쳐 홍익동 한국기원 대회장은 8월까지 주말이 빽빽하게 예약돼 있다. 이자리를 뚫지 못해 대회스케줄이 마냥 미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외에 부산시민바둑대회는 15, 16일 부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잠실체육관으로 장소를 정한 서울시장배 시민바둑대회는 아예 10월로 예정을 잡고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IMF 이후 프로대회는 진로배세계최강전과 롯데배한중교류전이 아예 사라졌고 국수전 기성전 대왕전등 많은 대회들이 규모를 축소하여 전체적으로 약20% 정도가 줄어들었다.

이런 판국에 왜 아마대회는 계속 생겨나고 더욱 규모가 커지는 것일까. 거의 모든 바둑대회는 기업이 스폰서가 된다. 그런데 프로대회는 거창한 세계대회의 인기에 밀려 이젠 웬만한 규모로는 생색이 나질 않는다.

기존의 프로대회가 신인들만의 대회나 여성프로대회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다. 그런데 아마대회는 2천만원 이상이면 대회를 치를 수 있고 또 많은 선수와 팬들이 몰려 광고효과도 괜찮기에 선뜻 대회의 스폰서로 나서는 것이다.

이 바람에 한국기원에 가면 "다시 아마추어로 돌아가고 싶다" 는 프로들의 하소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한국기원의 정동식 사무국장은 "좋은 흐름" 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조금 서운한 점도 있겠지만 아마추어의 기반이 커져야 프로무대도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지역방송의 자체제작시간 확대도 묘하게 아마바둑대회 확대를 낳고있다.

인천방송은 오는 30일부터 전국중고생바둑대회를, 강릉 MBC - TV는 도내 아마대회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해설자로 서능욱 9단과 홍태선7단이 이미 선정된 상태다.

값싼 제작비라는 매력 때문에 바둑방영을 신설할 지역방송은 이외에도 많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어린이 강자나 아마추어들에겐 이래저래 황금시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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