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오폭 프랑스 신문 새 가능성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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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나토군 전투기들이 유고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어떻게 해서 목표물로 삼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서방측 분석은 미국의 실수에 토대를 두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10일 "미 중앙정보국 (CIA) 이 항공사진을 토대로 공습 목표물인 유고 무기고의 좌표를 나토측에 전달할 때 현지 주소를 잘못 번역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했다" 고 지적했다.

AP통신은 10일 미 행정부 한 관리의 말을 인용, "CIA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중국대사관 건물을 유고연방 군수조달청으로 착각했으며 나토와 미군측도 재검토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 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요신문 '주르날 드 디망슈' 는 9일자에서 중국대사관이 유고 공영 TV채널의 방송신호 송출기지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의 딸인 마리야가 운영하고 있는 공영 코샤바방송이 최근 방송전파 송출기지를 중국대사관으로 옮겼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하고 나토의 중국대사관 폭격은 전파 송출지점을 추적, 겨냥한 결과일 수 있다고 베오그라드발 (發) 로 보도했다.

베오그라드 도심에 위치한 코샤바방송 사옥은 지난달 나토 공습으로 파괴됐다.

그러나 마리야는 평소 중국과 유지해온 긴밀한 관계를 이용, 중국측 양해 아래 중국공관에 송출기지를 임시로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신문은 그 근거로 그동안 방송이 중단됐던 코샤바방송이 최근 며칠 전부터 방송을 재개하면서 중국 관영 CCTV - 4채널의 프로그램 일부를 편집.방영하기 시작한데다 대사관의 피폭 직후 다시 방송이 중단된 점 등을 제시했다.

결국 나토는 유고정부 '선전매체' 인 코샤바방송의 송출신호를 추적, 전파 발신지점을 공격했지만 그곳이 중국대사관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미 국무부의 케네스 베이컨 대변인은 "폭격이란 것은 아무리 계획적으로 진행해도 부수적인 손상이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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