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체면 살린 '우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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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세 타석만의 안타'. 일본 영화 '우나기' 이야기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 는 '하나비' '카게무샤' 에 이어 일본영화 개방이후 세번째로 국내 소개된 작품. 재미를 못본 채 삼진을 당한 앞선 두 작품과 달리 '우나기' 에 대한 우리 관객들의 반향이 아주 긍정적이다.

서울 5개 개봉관에서 주말 하루 4천5백여명을 끌어 들였다. 개봉 10일만에 3만명의 좋은 기록. '하나비' 와 '카게무샤' 의 경우 2~3주간 막을 내릴 때까지의 총 관객수 (개봉관 수도 '우나기' 보다 많았다)가 이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대단한 분발이다.

'우나기' 의 저력은 무엇일까. 우선 영화계 사람들은 '우나기' 가 다루고 있는 소재의 보편성과 적당한 '상업성' 을 꼽는다.

앞선 두 작품은 예술지향주의에다 장르가 불문명해 선택 포인트가 마땅치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우나기' 는 한 가장의 상실과 치유과정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약간의 멜로성은 상업적 성공의 양념. 일본색이 짙으면서도 인간문제에 대한 감독의 깊은 성찰은 감동으로까지 연결된다.

내년쯤 정부는 '실락원' 등 상업영화와 만화영화에게도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보여준 우리관객의 식견이라면 그들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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