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추미애 개인 위원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당보다 야당에 유리한 정치 이벤트의 성격이 있다. 이 인사청문회를 야당 상임위원장이 거부하는 일이 생겼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당초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청문회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사회를 거부해 일정이 연기된 것은 물론이고 청문회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추 위원장이 내건 전제조건은 지난 7월 환노위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정규직법을 일방적으로 상정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주부터 한나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추미애 위원장 사퇴촉구결의안’과 윤리위 징계요구도 문제삼고 있다.

추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상임위 회의장에서 난동을 피우고, ‘100만 해고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야당 상임위원장을 협박했는데 그런 것에 대해 사과도 없이 의사일정을 진행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법안소위 구성을 거부해 위원회를 파행으로 몬 게 누구냐”며 추 위원장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15일 환노위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조원진,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협의를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이 사퇴촉구결의안과 징계요구안을 철회하면 23일께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 의원은 추 위원장이 먼저 이달 말까지 법안소위 구성을 약속하고, 향후 여야 합의에 따라 상임위 일정을 진행시킨다고 약속을 해야만 사퇴촉구결의안 등을 철회하겠다고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환노위가 추미애 개인의 위원회가 아니다”라며 “위원장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횡포”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엔 20일 이내(9월 27일)에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해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28일 이후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안 해도 좋다는 식으로 법안소위 구성 등의 조건을 내걸어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고 비판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임태희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추궁할 예정이었던 민주당 지도부는 추 위원장의 ‘돌출 행동’에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