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적시의 받아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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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

<예선 결승> ○·이원영(아마) ●·한웅규 초단

제3보(25~34)=흑▲에 어떤 식으로든 응수하면 ‘참고도1’처럼 허리가 잘리고 만다. 흑▲는 A의 축머리인 것이다. ‘백이 위태롭다!’고 느낄 때 이원영의 백△가 등장했다. 일종의 변칙인데-이런 변칙은 대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법인데-이 수는 의외로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25는 정수. ‘참고도2’ 흑1 쪽에서 모는 것은 안 된다. 백2, 4로 끊겨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26엔 27이 필연이고 28엔 29가 필연이다. 흑도 약간 두터워졌지만 신기하게도 탄력은 거의 얻지 못했다. 그 사이 백은 28로 굳게 이으며 흑의 노림이 담긴 한 점을 폐석으로 만들었다. 30은 화룡점정이다. 28에 만족하고 좌하로 손을 돌렸다가는 흑B의 요소를 당해 지금까지의 모든 노고가 수포로 돌아간다. 30은 전국을 굽어보는 대세점이자 공수의 교두보인 것이다.

박영훈 9단은 “이원영이 일격을 가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아마추어 이원영은 대망의 예선 결승인데도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모험적으로 나오고 았다. 권투로 치면 가드를 내리고 있다가 받아치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한웅규 초단도 31로 좋은 곳을 두어 일단 아픈 심사를 달랜다. 전체적으로 엷은 것이 조금 걸리지만 실리에서 앞서나가면 기회는 많은 법….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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