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IMF가 藥"…한국3M등 수익성 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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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사무.주방용품 메이커인 한국3M측은 실적을 점검하다 의외의 성과에 놀랐다.

1분기 매출이 5백억원. 지난해는 말할 것도 없고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이전인 97년 같은 기간보다도 많았다.

장상규 (張相奎) 부장은 "소비심리 회복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파워에 안주했던 마케팅 전열을 재정비하는 등 구조조정을 한 결과" 라며 "IMF사태가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빠른 변신이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년여 동안 산업.기저귀용 테이프를 국산화해 단가를 낮췄고 수익성 낮은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위기극복 사례 등을 책자로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돌리는 등 불황에 적극 대처했다.

'되레 IMF 덕을 봤다.'

불황속 특히 수입품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던 주한 외국계 기업들이 요즘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IMF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투자여건이 좋아지고 규제가 완화된 데다 덩달아 구조조정까지 한 덕분에 경영여건이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기 때문. 한때 악화됐던 외국기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고 소비까지 회복되면서 매출.수익이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특히 소극적인 전략을 편 곳에 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곳의 성과가 더욱 가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 말했다.

엄청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시장조사비를 5배 이상 늘려 소비자의 유행을 세밀하게 추적했던 콘택트렌즈 업체인 바슈롬의 한국지사 ㈜영한 바슈롬사 역시 올 1분기 매출이 97년 동기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어린이 조립완구업체인 레고 역시 대대적인 조직 및 전략개편으로 '위기' 를 '기회' 로 바꾼 경우. 그전에는 백화점.할인점은 물론 조그만 소매점들과도 일일이 직거래하던 전략을 수정, 소규모 거래를 모두 중단하는 대신 3개월 이내에 수금이 가능한 백화점.할인점 등 '큰손' 고객을 중점관리하는 수익성 우선 거래체제를 구축했다.

한국 P&G 역시 '전액환불 보증제' 를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 한때 완전히 죽다시피 했던 고급샴푸 팬틴의 1분기 매출이 무려 80% 이상 늘어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레고 관계자는 "강해진 기반을 토대로 앞으로는 신제품을 적극 출시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겠다" 고 말했다.

김동섭.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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