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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지도] 4. 여성운동단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유엔 여성인권보고회의 때마다 한국은 주목을 받는다.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여성인권을 향상시킨 나라로 꼽히기 때문. 국내 어떤 운동보다 역사가 깊고 관련단체도 많은 (4천여개 추정) 여성단체들의 헌신적 활동이 이끌어낸 결실이다.

해방과 동시에 여성들은 건국부녀동맹.애국부인회 등을 결성해 정치에 참여했다.

1959년에는 여성계 최대 단체의 하나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협)가 설립됐다.

해방 직후에는 여성계몽운동.사창가 폐지운동 등을, 60년대 말까지는 전쟁재해민 구호.축첩자 추방운동 등을 폈다.

직능단체 주축의 활동을 하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별도로 87년엔 사회 '운동' 을 강조하는 진보적 성향의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연합) 이 탄생, 여성계는 양대산맥 구도가 됐다.

이효재 (李效再).이우정 (李愚貞).박영숙 (朴英淑) 씨 등이 여성연합의 회장.부회장을 거치며 여성운동의 전기를 만들었다.

또하나 한국의 여성운동을 말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태영 (李兌榮) 이라는 독보적 인물에 의해 뿌리내린 이 상담소는 해방 후 여성계 최대 성과로 꼽히는 가족법 개정을 이뤄냈다.

李박사는 평생을 가족법 개정운동에 쏟아부었다.

마침내 89년에는 호주상속제를 호주승계제로 바꾸고, 이혼한 여성도 친권을 가질 수 있으며, 이혼 배우자가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남녀차별 조항을 대폭 개선한 가족법의 국회 통과를 이뤄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여성단체들은 '호주제 폐지' 를 최대 목표로 공동 활동을 펴고 있다.

최근 여성계가 이뤄낸 성과는 크다.

대통령직속 여성특위가 올해 초 '남녀차별금지법' 을 통과시키고 노동부에서 성희롱 지침을 만들기까지에는 여성계의 막강 파워가 자리하고 있다.

성폭력특별법 (94년).가정폭력방지법 (97년) 도 그런 성과다.

이제 여성운동계는 '여성의 주류화' 를 목표로 힘을 모으고 있다.

여성이 남성과 같이 주류의 대열에 서는 사회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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