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AT&T 제휴…통신시장 급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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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MS) 사는 지난 6일 미국 최대의 전화.케이블 업체인 AT&T에 전환사채 (CB) 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MS는 AT&T의 주식 3%를 보유하게 된다.

그 대가로 AT&T는 앞으로 설치할 케이블TV용 셋톱박스에 MS의 운영체제인 윈도CE를 탑재하게 된다.

이번 제휴로 정보통신업계에는 사상 최대의 연합군이 탄생, 고속 인터넷을 비롯한 차세대 정보통신시장의 대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MS는 윈도를 앞세워 PC운영체제를 천하통일한 데 이어 셋톱박스에서도 윈도CE를 '표준화' 하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셋톱박스는 디지털 기호를 영상.음성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장치로 케이블.위성.디지털방송 수요 급증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온 분야. 최근 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다채널.쌍방향 미디어 시대에서 정보를 취득하고 제어하는 데 핵심이 되는 기기다.

MS는 이번 제휴로 윈도CE가 장착된 셋톱박스를 적어도 2백50만~5백만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협상 이전에도 MS는 AT&T와 5백만대의 셋톱박스 사용을 합의한 바 있다.

시장 분석기관인 조나 리서치의 짐 밸더스턴 정보통신 분석가는 "MS는 새로운 통신환경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 제휴로 그 위치를 쟁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AT&T 역시 지난해부터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의 지휘 아래 펼쳐온 장거리.지역.케이블.인터넷을 아우르는 '복합통신 업체' 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최근의 미디어원 인수로 미 케이블TV 가입자의 60% 이상을 확보, 미 최대의 케이블TV 업체가 된 데 이어 MS와 손을 잡음으로써 자체 보유한 광대한 통신망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미국의 컴퓨터 보급률이 전가구의 50%에 머물러 있어 앞으로 케이블을 통한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되면 PC통신에 의존해온 아메리카온라인 (AOL) 을 멀리 따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양사의 제휴설이 나오기 시작한 5일 이후 AOL의 주가는 급락했다.

전화선과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 시대에 케이블과 TV를 이용한 인터넷 시대로의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AT&T측은 MS의 기대와 달리 앞으로 7백50만~1천만대로 추정되는 추가 가입자들에게 셋톱박스를 설치할 때 무조건 윈도CE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윈도CE를 셋톱박스 시장에서 유일한 표준으로 만들어줘 PC시장에서처럼 케이블TV시장도 MS가 독점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속셈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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