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된 유고 드라슈코비치 부총리 반정부 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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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크 드라슈코비치 (52) 유고연방 부총리의 해임은 유고 집권층 내부가 상당한 균열상태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유고 집권세력의 엄연한 한 축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드라슈코비치는 앞으로 재야에서 밀로셰비치 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 공습에 맞서 유고인의 단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밀로셰비치로서는 내우외환 (內憂外患)에 봉착하게 됐다.

◇ 유고의 정치상황 = 유고연방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사회당 (SPS) , 밀로셰비치의 부인인 미라 마르코비치의 유고연합좌파 (JUL) , 드라슈코비치의 세르비아쇄신운동 (SPO) 이 공동여당으로 집권해왔다.

드라슈코비치가 이탈하면서 SPO 소속으로 입각했던 각료 3명 (밀란 콤네니치 공보장관, 슬로보단 네나도비치 대외무역장관, 밀란 보지치 무임소장관) 도 함께 정부를 떠남으로써 이같은 공동정권의 한 기둥이 무너지게 됐다.

드라슈코비치에 대한 유고인들의 지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96년 야권 3당의 통합으로 야당연합을 결성해 지방자치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있다.

또 민영방송인 스튜디오 B를 운영하고 있어 대 (對) 국민 영향력도 크다.

◇ 향후 전망 = 드라슈코비치의 해임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측은 '대세가 밀로셰비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 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토의 제이미 셰이 대변인은 28일 "이로써 밀로셰비치는 유고 내부의 정치 엘리트로부터 더욱 고립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슈코비치의 반정부운동이 코소보사태 조기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 역시 밀로셰비치와 마찬가지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랑부예 평화협정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나토군이 아닌 유엔평화유지군의 코소보 주둔만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드라슈코비치의 반정부 운동의 성사는 국민들의 동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고 언론은 밀로셰비치의 강한 통제로 입이 틀어막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동조세력을 모을지 미지수다.

유고 정부는 98년 10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개인이나 단체에 정신적인 피해를 준 언론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부과한다" 는 내용의 정보법을 제정했다.

밀로셰비치는 이를 이용해 자신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 특히 코소보 사태에 대한 '부정적 보도' 에 대해 '오보' '정신적인 피해' 등을 걸어 막대한 벌금을 물리고 있다.

세르비아어 일간지 솜보르스케 노비네.다나스, 인기 타블로이드 신문인 블리치.글라스 야브노스티 등과 알바니아어 신문 코소보 소트.릴린댜.가제타 슈킵타레 등이 밀로셰비치를 비난했다가 1만5천~30만디나르 (약 3백50만~7천만원) 의 벌금을 물었다.

드라슈코비치가 장악하고 있는 민영 스튜디오B 방송은 밀로셰비치에 반대하는 연설을 내보낸 직후인 26일 군대에 의해 접수당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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