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의견 차곡차곡 모으니 ‘대박 아이디어 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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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롯데백화점은 올 3월부터 신한·우리카드의 포인트를 롯데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 신용카드 적립 포인트를 쓰지 않는 이들이 많은데, 상품권으로 바꿔줘 백화점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 백화점 홈페이지의 ‘내가 상품기획자라면’ 코너에 고객이 낸 아이디어다. 이달 초까지 6개월 동안 포인트를 상품권으로 교환한 금액이 20억원. 4만6000여 건에 달한다. 롯데의 부서별 상품기획팀장들은 이 코너에 올라오는 의견을 꼼꼼히 살핀다. 좋은 의견을 낸 고객에게는 최우수상 상품권 100만원 등 시상을 한다. 올 상반기에 1만1000건이 게재됐다. 롯데가 광고우편물의 디자인을 다양화한 것도 고객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매장에서 파는 핸드백 모양의 쿠폰북을 발송했더니 해당 상품이 품절됐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할까 고민하는 유통·식품업체들이 그 해답을 고객으로부터 얻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정승인 마케팅부문장은 “예전에는 고객의 의견을 들어 서비스를 개선하는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매장 구성이나 판촉 활동, 상품 구색 선정 등 모든 방면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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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원하면 다 바꾼다=7월 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우수고객에게 의견을 듣는 열린경영위원회를 열었다. 한 고객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화려한 조리샌들이 나오는데 왜 백화점에는 없느냐”고 말했다. 엄지와 검지발가락 사이에 끼워 신는 제품인데, 백화점이 점잖은 상품만 파는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현대는 인기 드라마에 나온 ‘버블플랍’ 샌들을 내놨다. 여름상품 판매가 줄어드는 시점이었는데도 해당 매장은 평상시보다 네 배 높은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가 요청하면 매장 운영 방식도 바뀐다. 신세계백화점은 4월 부산 센텀시티점 주차장의 ‘장애인 주차장’ 표기를 강화했다. 이 주차장은 빈 공간이 있으면 천장의 색깔로 표시해준다. 하지만 장애인 표시는 바닥에만 있어서 멀리선 볼 수 없다는 고객의 지적이 접수됐다. 신세계는 장애인 공간도 천장의 표시만 보고 알 수 있도록 바꿨다.

◆제품개발 난제도 고객에게 묻는다=동아오츠카는 지난해 9월 과즙에 기능성을 더한 프리미엄 음료 개발에 나섰다. 제품 컨셉트를 잡기 어려워하다 소비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200명으로 조사단을 꾸렸다. 기존 음료와 차별화된 과일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조사단은 아세로라와 블루베리, 프룬을 골랐다. 소비자 테스트를 거쳐 맛을 잡아갈 무렵 걸림돌이 생겼다. 원가 문제였다. 과즙 함량을 줄이면 되지만 과일의 맛이 약해져 조사단의 반응이 나빴다. 그래서 뚜껑을 따고 몇 모금을 마신 뒤 입을 떼는지를 살폈다. 조사 대상의 60%가 두 모금을 마시고 입을 뗐다. 음료 한 병이 두세 번에 나눠 마시는 용량이면 괜찮다는 결과도 나왔다. 신제품 ‘네이처 시크릿’의 원료와 용량(75mL)은 이렇게 결정됐다.

기능성 과일음료를 파는 스무디킹은 월 단위 멤버십 제도인 ‘뷰티앤헬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달에 9만9000원을 내면 매일 라지사이즈 스무디 한 잔과 영양파우더 한 스푼을 먹을 수 있다. 정상가 22만원어치다. 이 제도는 스무디킹 명동점 인근의 헬스클럽에 다니던 20대 여성 고객들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도입됐다. 당초 선착순 100명에 한해 운영했는데, 다른 고객의 반응이 좋아 최근 인원 제한을 없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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