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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세 탄 경기] 내수 주도…생산도 증가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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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생산.소비.투자 등 각종 경기지표들을 볼 때 실물경기는 이제 반짝 '거품경기' 의 우려를 씻고 본격 회복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경기상황과 관련해 "아랫목의 온기가 이제 중간목으로 옮겨가고 있다" 는 비유를 들었다.

기본적으로는 지난해 워낙 죽을 쑤었기 때문이지만 여하튼 지표는 생각보다 훨씬 좋게 나타나고 있다.

◇ 내수소비가 주도한다 = 최근 경기회복은 내수소비가 이끌고 있음이 뚜렷하다.

수출이 근근이 전년 수준을 버텨주고 있는 가운데 내수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점이 경기호전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3월 중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석달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19.0%나 늘어났다.

특히 생활용품 중심의 비내구 소비재가 계속 감소하다 지난달 2.0% 상승세로 돌아선 후 3월에는 7.6% 늘어나 소비가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현오석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최근 소비증가세는 고소득층 중심의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수준을 넘어 중산층 이하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 말했다.

◇ 공장 가동이 회복된다 = 소비와 출하가 활기를 띠면서 생산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3월 중 생산은 18.4%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워낙 나빴던 기술적 반등요인 10% 정도를 제거하고도 순수 증가율이 8%를 넘는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그동안 '착시현상' 논란을 빚었던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생산증가율은 13.3%에 달하고 자동차업종까지 제외해도 11.1%의 증가율을 보여 생산증가는 전 업종에서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70% 안팎에 머물러온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4.6%로 뛰어올라 국제통화기금 (IMF) 이전의 80%수준에 접근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생산증가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재고는 크게 줄었는데 이는 소비를 생산이 미처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가 바닥을 친 뒤 약 10개월 정도 지나면 재고가 증가세로 돌아왔던 과거 예에 비춰볼 때 5, 6월께 기업들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하반기부터는 재고가 다시 늘면서 생산이 본격 상승할 것" 으로 전망했다.

◇ 투자회복이 관건이다 = 앞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계속 이어갈지 여부는 투자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차피 수출은 현상유지 내지 소폭 신장에 그칠 전망이고 내수회복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가 살아주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기계수주가 3월 중 15.8% 늘어나는 등 설비투자가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기존 설비의 보완수준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한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아직까지 대형 기계류에 대한 투자보다 시설개체용 부품과 소모품 위주로 투자에 나서 본격적인 시설투자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공장 가동률이 80%대를 넘어서야 본격적인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향후 소비와 생산추세를 주목하고 있다.

이효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는 "아직까지 중소기업들은 생산이 줄어드는 업종이 많다" 며 대기업.주요업종 위주의 경기회복세가 중소 제조업체로까지 확산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체질개선 노력 계속해야 = 경기가 좋아진다고 경제의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우리 경제는 다시 장기불황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 지금까지의 경기회복은 정부의 저금리정책과 대규모 재정투입에 의존한 측면이 강하다" 면서 "재벌의 불투명한 경영과 중소기업의 금융애로, 새로운 성장산업의 부재 등 우리 경제의 기본적 취약점을 해결하지 않고는 성장세가 계속되기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김광기.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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