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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박스 소년’ 우택이 엄마 눈물 닦아주며 “아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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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임진강 사고 희생자 6명의 합동 영결식이 13일 오전 고양시 식사동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됐다. 아이스박스에 아들을 태워 목숨을 살리고 숨진 고 서강일씨의 아들 우택군이 오열하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유족을 포함해 200여 명 참석한 가운데 6일 새벽 북한의 댐 무단방류로 임진강에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희생자 6명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진행됐다. 희생자 영정 앞에 선 유족들은 고인을 그리며 흐느끼면서도 애써 눈물을 감췄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따뜻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라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영결식장은 아버지(고 이경주씨·38)와 함께 숨진 용택(8)군의 담임교사 조혜진씨가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자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용택아 너는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이였고, 아빠랑 캠핑간다고 즐거워했지, 지금도 아빠랑 새로운 곳을 찾아 다니겠구나….” 조혜진 교사는 ‘늘 행복했던 소년 용택이를 그리며’라는 조사에서 “선생님은 지금도 용택이가 아버지와 함께 네가 좋아하던 모험을 계속하고 있을 거라 믿으며 이제 보내주려 해”라며 오열했다. 용택군 영정 앞에는 평소 좋아했던 과자가 놓였다. 아들과 손자를 한꺼번에 잃은 고 이경주씨의 어머니는 “아들아 너만 보낼 수 없어”라며 울부짖다 한때 실신했다.

자신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아빠(서강일씨·40)의 영정 앞에 선 아들 우택(12)군은 엄마를 부둥켜 안고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우택군은 엄마가 슬픔에 북받쳐 오열을 멈추지 못하자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손수건으로 안경 너머의 눈물을 닦아줘 주위를 더욱 아프게 했다. 서씨는 사고 당일 야영하다 불어난 물에 고립되자 우택군을 아이스박스에 태운 뒤 30m 가량을 헤엄쳐 아들을 강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자신은 강가에 거의 도착해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실종된 뒤 이튿날 싸늘한 시신이 돼 발견됐다.

영결식을 마친 희생자들의 시신은 이날 오후 경기도 벽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납골당에 봉안됐다. 유족들은 “북한의 방류가 없었더라면…” “경보체제만 제대로 가동됐더라면…”이라는 안타까운 탄식과 함께 한 줌의 재로 변한 희생자들을 영원히 떠나 보냈다.

고양=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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