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소그룹으로 쪼개지는 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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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압박에 결국 현대가 '화학 포기' 와 '그룹 조기분리' 를 성의표시로 내놓았다.

물론 큰 틀은 지난 1월 발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 경영진도 막판까지 "특별히 내놓을 내용이 없다" 며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는 현대정유.인천제철 매각 등 그동안 재계 일각에서 나돌던 소문을 현대가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일부는 상당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나름대로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정유.화학 등 화학부문 포기는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돼 상당한 협상이 진척 중인데 이번 정부 압박을 계기로 공개했다는 것. 5개 소그룹 분리는 현대가 일찌감치 발표했던 사안. 그러나 당초 목표 시기는 2005년이었는데 '현 정권 내에 열매를 맺어야 한다' 는 뜻에 따라 시한을 2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를 계기로 현대의 계열 분리.매각, 그리고 후계구도 정착의 발걸음이 빨라지게 됐다.

◇ 화학 업종 누가 사갈까 = 5대 그룹 7개 업종 빅딜에 포함돼 삼성종합화학과 동일 지분으로 통합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현대석유화학은 이번 결정으로 현대 몫이 모두 국내외 다른 업체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작업이 진행 중인 통합법인은 외국 자본이 51%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갖고 나머지 49%를 삼성과 현대가 똑같이 나눌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현대 지분은 삼성 또는 현재 외자유치 협상이 진행 중인 일본 미쓰이사 (社)에 넘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한화에너지를 인수한 현대정유 역시 현재 추진 중인 외자유치가 끝나는 대로 사실상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는 아랍에미리트 IPIC사와 5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연내 마무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나머지 비주력 계열사는 = 현대는 "매각 협상과 종업원들의 동요 등을 고려해 구체적 매각 기업을 공개하지 않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자산이 1조원 이상인 거대 계열사나 흑자 기업들을 매각하기 위해 외국자본과 다각적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 인정했다.

매각이 유력시되는 곳은 인천제철.현대강관.현대엘리베이터.금강기획.현대방송 등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지분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이며 거의 확정단계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후계구도와 과제 = 소그룹 분리는 현대의 재산 분할을 의미한다.

때문에 ▶자동차는 정몽구 (鄭夢九) 회장 ▶현대전자.건설은 정몽헌 (鄭夢憲) 회장이 각각 소유하게 됐고 ▶중공업은 정몽준 (鄭夢準) 회장 몫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금융.서비스 업종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배구조 때문에 아직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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