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으로 재난지역을 누비는 목사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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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31면

내 인생길을 크게 바꿔 놓은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대학을 다닐 때 예수님을 만난 것이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예수님과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탈바꿈했다. 다른 전환점은 조현삼 목사를 만난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중국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조 목사를 만난 후 중국 전문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이 싹텄다. ‘이 땅에 조 목사님 같은 목사가 더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척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두 만남으로 나는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내가 본 조현삼 목사

조 목사는 설교를 쉽게 한다. 누구나 편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 설교를 준비하는데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설교 준비는 길고도 철저하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순수하고 완전하지만 성경의 진리를 전하는 설교자라는 그릇이 깨끗하지 않으면 진리가 오염된다”고 조 목사는 믿는다. 조 목사에게 매 순간은 깨끗한 그릇을 준비하는 기회다.

어느 날 새벽 1시 조 목사님이 내게 전화를 했다. 전날 오전에 결정한 일에 자신의 좋지 못한 동기가 포함된 것 같아 용서를 구한다는 것과, 그래서 이 일은 다시 논의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얘기를 잠자는 시간인 이 새벽 1시에 해야 하나?’ 나는 전화를 끊으면서 짜증스러웠다. 나는 밤잠을 설치고 말았다. 짜증 때문이 아니었다. 짜증이 행복감으로 이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를 마음의 동기를 밝히는 이런 분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12년 동안 조 목사님과 재난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함께 다녔다. 우스갯소리로 아내를 빼고는 가장 많이 함께 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함께 지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좋아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실망(?)을 할 때도 됐는데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다. 조 목사는 성경이 말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재난 지역을 다닌다. 현지에서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나는 옆에서 늘 봐왔다. 그와 머리를 맞대고 기도하며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해준다. 그래서 사무실에 목사님이 좀 늦게 나오는 날이면 난 어김없이 전화한다. “보고 싶은데 왜 아직 안 나오세요?”

이제 나도 40대 중반에 들어섰다. 하지만 조 목사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10대가 된다. 10대는 꿈 많은 파릇한 젊은이다. 조 목사는 광염교회 사람들이 파릇한 소망을 품게 한다. 10대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그대로 따라 해보고 싶어한다. 나는 조 목사님을 따라 하고 싶어 목사가 됐다. 그의 삶 속에는 내가 그대로 따라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는 내 모습이 가끔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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