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단편영화 세편 칸영화제 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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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청계천에서 복권을 파는 실직 노동자와 돈만 생기면 복권을 사는 남자 얘기. 죽은 아들을 염 (殮) 하는 어머니 얘기와 젊은 사형수와 가톨릭 신부와의 만남.

이런 일상적인 우리들의 모습이 단편영화에 담겨 다음달 12일~23일까지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상영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김성숙 감독의 '동시에' 와 김대현 감독의 '영영 (永永)' , 이인균 감독의 '집행' . 단편 경쟁부문에 오른 20편에 포함된 이들 세 편의 영화는 지난해 한국영화론 처음으로 조은령 감독의 '스케이트' 가 출품된 데 이은 쾌거로 눈길을 모은다.

16분짜리 영화 '동시에' 는 세운상가에서 복권을 파는 남자와 포르노 테이프를 파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으로 서울이라는 공간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 을 화두로 내세웠다.

지난해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에서 상영돼 국내외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36세인 김성숙 감독은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영화협회 워크숍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영화모임 '젊은 영화' 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한편 김대현 감독의 '영영' 은 8분짜리 영화. 30세인 김감독은 성균관대 철학과 출신으로 TV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며 영화작업을 시작했다. 97년 주머니를 털어 영화를 완성했지만 상영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단편 영화 견본시에서 해외 영화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인균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생으로 '집행' 은 그의 졸업작품이다.

세 영화의 칸 영화제 출품은 한국 단편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반갑고 의미있는 일.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해외 배급의 길이 트이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출품된 '스케이트' 의 경우 전세계로 팔려나가 5만여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 회수는 물론 다음 영화 제작 비용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와 '영영' 은 특히 단편영화 해외배급을 추진중인 젊은이들의 양대 영화집단 '인디 스토리' 와 '미로비전' 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여서 앞으로 이들의 성과에 기대를 갖게 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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