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만에 돌아온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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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28·전남)가 돌아왔다.

1m85㎝의 헌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갖춘 그는 2008년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면서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의 고민이었던 중앙수비를 깔끔하게 메운 그는 필요할 때 ‘한 방’을 해주는 결정력까지 갖춰(A매치 7경기 3골)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에게 갑작스러운 시련이 닥쳤다. 지난해 포항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부상을 당한 곽태휘는 5개월여 재활 끝에 팀에 돌아왔지만 11월 수원전에서 또다시 오른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악몽을 겪었다.

곽태휘는 “쉬는 동안 정말 축구가 고팠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독일에서 재활을 하는 동안 유럽은 유로2008의 열기로 뜨거웠다. 병원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그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몸이 달아올랐다. 뛰고 싶고, 운동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면서 “첫 부상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연이어 두 번째 부상을 당하니 눈앞이 캄캄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옆에서 위로해준 아내와 팬들이 없었다면 그 기간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6일 그는 경남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40여 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10개월 만의 복귀다. 긴 재활 끝에 그라운드에 선 기쁨은 말로 다 못한다. 그는 “팀은 1-4로 져서 속상하지만, 10개월 만에 온전히 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뻤다. 차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그간 못했던 활약을 하고 싶다”고 했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의 수비불안 문제가 터져나올 때마다 곽태휘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수비조율 능력에 골 감각까지 지닌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이정수(29·교토)가 호주전에서 골을 뽑아내며 ‘골 넣는 수비수’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곽태휘는 “경기를 봤는데, 정말 잘 하더라. 컨디션도 좋은 것 같았고. 일본에 진출한 후 더 성숙했다”면서 “대표팀 경쟁은 선수로서 당연한 것이다. 골 욕심도 당연히 있지만, 일단 안정적 수비에 더욱 신경 쓰고 싶다”고 말했다.

곽태휘에게 전남은 특별한 팀이다. 허정무 감독이 전남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 FC서울에서 뛰던 그는 김진규와 맞트레이드됐다. 전남 이적 후 축구가 술술 풀렸다. 허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태극마크를 달았고, 대표팀에서 연이은 활약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전남은 ‘또 다른 축구’에 눈을 뜨게 해준 팀이다. 나 자신이 정말 많이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6강 플레이오프, 나아가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탠 뒤 언젠가는 해외로 나가 ‘색다른 축구’에 도전하고 싶다”는 각오도 밝혔다.

쉬는 동안 그에게는 아들이 생겼다. 그는 “다행히 재활기간에 아이를 낳아서 출생 장면을 지켜봤다. 언제나 아내가 나에게 헌신했는데 내가 아내에게 헌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받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뒷바라지가 쉬운 게 아니었다”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다. 힘들 때 도움이 돼준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온누리 기자



곽태휘는 …

▶ 생년월일:1981년 7월 8일

▶ 체격:1m85cm, 80 kg

▶ 출신교:왜관중-대구공고-중앙대

▶ 별명:골 넣는 수비수, 꽃미남 수비수

▶ 성격: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

▶ 기록:K-리그 81경기 5득점, 대표팀 7경기 3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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