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부자 되는 방법,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어렸을 때만 해도 대통령·장군·과학자 같은 장래 희망을 많이 꼽았지만 이제 부자가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에 이른 것 같다. 손든 어린이들의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적 여유에 대한 갈망은 천진한 새싹들에게까지 본능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굳이 배금주의 세상이라고 씁쓸해할 것만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돈벌이에 적당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건 긍정적인 면이 있다. 다만 부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습관을 길러 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많고, 번 만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되풀이됐던 탓이다. 개발정보나 이권사업을 챙겨 한몫 잡는 이른바 권력형 부정축재 사례가 많았다. 일부 기업인의 불법이나 일탈도 있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돈 많이 버는 걸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고 반(反)기업 정서도 여전하다. S그룹 회장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나쁜 건가요’라고 묻더라. 사회적 기업이 많이 나와야겠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경제교육에 분명 문제가 있다.

부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사유재산 인정과 경쟁, 이윤추구다. 기회는 평등하게 주되 결과까지 평등하기를 바라선 안 된다. 명색이 자본주의 국가지만 정서적으론 사회주의에 더 가깝다. 이 점에선 중국과 대비될 때가 많다.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기부금을 내는 것도 좋지만 기업의 근본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 사고를 하게끔 유도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회비용의 개념, 리스크(위험)와 리턴(보상)에 대한 인식을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 큰돈을 번 사람들은 남들이 겁내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일을 과감하게 벌여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걸 모두 운으로 한몫 잡았다고 여기는 것은 문제다.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렇지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벤처 비즈니스의 성공률이 5%에 못 미친다고 하지 않는가.

셋째, 부자가 되기까지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빅뱅이나 동방신기, 박지성은 운이 좋아 부자가 된 게 아니다. 노력과 땀의 결실이다. 박지성은 히딩크라는 명장을 만나 세계적 스타가 됐지만 히딩크를 만난 모든 선수가 박지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결과 못지않게 돈 버는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윤리를 바탕에 깔고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 그 분야의 실력을 어떻게 쌓아 독보적인 존재가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신문은 정보의 보고이자 부자의 지름길이다.

다섯째, 총론 중심의 사고를 각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 사회는 쉽게 뭉뚱그려 도매금으로 넘기는 경향이 강하다. 홍길동이 탈세를 했다면 홍길동의 잘못이지 부자 전체의 잘못이 아니다. 특정 직군을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일반화·획일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자.

끝으로, 부자를 멀리할 게 아니라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점을 자주 강조하자.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를 따라 하라.” 석유 재벌 폴 게티의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부자의 사고방식이나 습관을 따라 하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삼성을 시기하지 않고 삼성 같은 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강한 나라가 되듯, 건강한 부자를 따라 하다 보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우수 기업인이 인천공항 귀빈실을 이용하는 것처럼 정당하게 돈 번 부자들이 존경받는 분위기를 조속히 만들자. 자신 있게 이같이 말할 수 있도록. “어린이 여러분, 부~자 되세요.”

박의준 경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