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 '구조혁신' 실천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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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우그룹이 자동차전문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조혁신' 의 결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기업구조조정은 기구를 축소하고 인원을 줄이고 수익성 없는 사업이나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축소지향형' 이 주류였다.

흑자기업을 과감히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룹의 역량을 핵심부문에 집중시켜 경쟁력의 발판을 다지는 참다운 구조조정은 극히 드물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우의 '구조혁신' 방안은 획기적이다.

자동차를 주력업종으로 삼고 전통적으로 강세인 수출분야의 ㈜대우와, 금융분야의 대우증권이 후방지원을 맡는 삼각경영축을 형성한다고 한다.

이들 3개 분야는 이미 유기적인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대우의 '세계경영' 전략을 선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알짜 흑자기업 대우조선의 매각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팔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김우중 (金宇中) 회장이 3천억원 상당의 개인보유주식을 모두 팔아 자동차부문에 투입하고 선진기업형의 소유.경영분리를 통해 '오너' 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선구적 모범을 보이겠다는 다짐 또한 돋보인다.

우리는 뼈를 깎는 대우의 이번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 모두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실천되기를 바란다.

정부당국과 금융권이 반기고, 증시 등 시장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실천과정에서 과제 또한 만만치가 않다.

매각에는 상대가 있고, 특히 매각대상기업의 원매자를 일방적으로 팔려는 쪽에서 명시함으로써 협상 흥정력에 불이익이 우려된다.

협상 상대방이 대우의 다급한 사정을 노려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질질 끌 경우 구조개혁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우의 거듭나기는 대우그룹의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일련의 매각협상의 진행과정에서 당국과 금융권의 인내도 요구된다.

알짜기업 대우조선의 매각에 대한 노조측 반발 또한 큰 부담이지만 한.일간 전략적 제휴의 새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현대에 이어 또 하나의 자동차전문그룹이 등장할 경우 국내 자동차부문의 과열도 우려되는 바 없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경제 전체가 제휴로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조선은 일본과, 상용차는 유럽과, 승용차는 미국 GM과 제휴를 추진해 나간다는 대우의 글로벌전략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일관되고,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통한 구조개혁으로 대우에 대한 대내외의 오해와 우려를 씻어내야 한다.

이번 대우의 결단을 계기로 현대 등 다른 그룹들의 구조조정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이 4년 연속 뒷걸음질치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노조파업이 날로 확산되는 이 마당에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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