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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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학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또 그 원리.창조.전달형식.인식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는 분야다.

다른 학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연구방법은 극히 사유적이고 논리적인데 비해 그 연구대상은 감성적이란 점으로 미학과 출신들의 특성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논리만 찾으면 관념적 세계에 머무르게 되고, 감성적인 접근에만 의존하면 학문으로서 가치를 잃게 되기에 미학과 출신들은 독특한 사고체계를 갖게 되나보다.

미학적 논리들은 감성적 현상들을 뒷받침해주며, 또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강한 사회참여논리를 지니게 된다.

또한 미학과 출신들은 사물의 본질과 사유의 본질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근본주의자' 들이기에 항상 진지하며 순수하다.

그래서 매사에 자신의 확신이 한껏 차올라야 행동을 시작하는 조심성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타협을 모르는 고집쟁이들로 비치기도 한다.

그들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사람도, 또 망치는 사람도 그 모두가 신념과 의지가 강한 근본주의자들임을 잘 알고 있다.

아울러 내용이 빈약한 예술이 거창한 형식을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 또 질과 품격이 낮은 정신이 굳은 신념과 강한 의지로 무장하면 세상을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자신의 감성과 정신을 갈고 닦음에 게으를 수 없다.

근본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자의 의무이기도 하기에.

강준혁 <문화기획가.스튜디오 메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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