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지사-피의자 김강룡 12만불 '거짓말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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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위 공직자 도난사건의 피의자 김강룡 (金江龍.32) 씨가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의 서울사무소 직원 사택에서 미화 12만달러를 훔쳤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거짓일까.

金씨는 지난 12일 한나라당 만안지구당에 보낸 진정서에 이어 15일 한나라당 소속 엄호성 변호사와의 접견에서 "사실" 이라고 거듭 밝혔다.

반면 柳지사는 16일 "사택에 단 1달러도 없었다" 고 일축했다.

金씨와 접견한 엄변호사에 따르면 金씨가 서울양천구목동 효원빌라에 있는 전북도 서울사무소 직원사택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7일.

金씨는 전화를 걸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오후 7시쯤 들어가 2시간30분 가량 털었다고 주장했다.

金씨는 장롱과 서랍 등을 뒤져 현금을 챙겼으며, "서재에 있는 007가방을 여니 12만달러가 나왔다. 1만달러씩 12뭉치였다. 부피는 얼마 되지않았다" 고 밝혔다.

金씨는 특히 "훔친 달러는 잡히지 않은 다른 공범 1명과 4만달러씩 나눠썼으며, 일부는 암달러상을 통해 환전하고 나머지는 달러로 유흥비에 모두 사용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柳지사는 16일 서울마포구공덕동 지방공제회관 707호 전북도 서울사무소 도지사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난품중 단 1달러도 없었으며 도난 사실을 발견한 지난달 7일 즉시 서울 양천경찰서에 신고했다" 고 해명했다.

柳지사는 "범인도 경찰에서 미화 12만달러에 대해 진술한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달러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가 안간다" 고 말했다.

柳지사는 또 金씨가 훔친 달러를 써버렸다는 주장에 대해 "범행 13일만에 미화 12만달러를 다 써버렸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며 "만약 한나라당 주장대로 범인이 그랬다면 언제.어디서 환전해 어떻게 사용했는지 밝혀야 할 것" 이라고 요구했다.

柳지사는 이어 검찰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특별수사반을 설치해 수사해 줄 것" 을 요청했다.

한편 金씨는 호텔 숙박비로 미 달러화를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 뉴안양관광호텔 관계자는 16일 "金씨가 지난 1월부터 2~3일 간격으로 모두 20여일간 투숙하면서 미화 1백달러 짜리와 약간의 엔화 등으로 세차례 정도 숙박비를 지급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삼원프라자 호텔 등 나머지 호텔에서의 숙박비에 대해서는 전액 현금과 수표로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

金씨가 호텔 숙박비 일부를 달러 등 외화로 지급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 달러가 고위 공직자들의 도난품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세정.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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