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화물기 추락] 사고상황 재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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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상하이 훙차오 (虹橋)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의 원인과 폭발 장소에 대해 엇갈린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대한항공측은 공중에서 기체가 폭발한 뒤 추락했으며 지상 부근에서 다시 아파트 등에 부딪쳐 소규모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잔해가 논바닥 등에 뿌려진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현지 목격자들은 항공기 꼬리 부분이 사고현장 주변 아파트.고압선과 충돌한 뒤 폭발, 추락했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원인과 상황은 블랙박스 해독 등 조사가 마무리돼야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고 원인을 따져본다.

◇ 사고 = 건교부가 입수한 공항 관제탑과 사고기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화물기는 15일 오후 5시4분 활주로를 이륙했다.

당시 옷이 약간 젖을 정도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람은 아주 잔잔한 초속 5m의 남풍, 기온은 영상 13도였다.

'비교적 괜찮은' 날씨였다.

이륙 2분 뒤인 5시6분 관제탑 레이더에 사고기가 고도 1천m 상공에 있음이 확인됐고 관제사가 "좌회전해 고도 1천5백m 상공에서 교신하자" 고 지시하자 기장은 "알겠다" 고 응답했다.

상하이 공항을 이륙하는 항공기는 고도 1천m 상공에서 좌회전하도록 돼 있다.

착륙을 위해 공항에 접근하는 비행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신 직후 사고기는 레이더에서 자취를 감췄다.

거의 동시에 활주로 남동쪽에서 12㎞ 떨어진 신좡 (莘庄) 의 한 공터 상공에서 굉음과 함께 항공기가 폭발, 추락했다.

◇ 원인 = 현지 목격자들은 사고현장 인근 6층 아파트와 사고기가 충돌했고 고압선과도 접촉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건교부와 대한항공측은 일단 공중에서 폭발한 뒤 추락 과정에서 아파트 등 구조물과 접촉해 2차 폭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가 아파트에 직접 충돌했다면 파편 크기가 발견된 것보다 훨씬 크고 좁은 지역에서 잔해가 집중적으로 발견돼야 한다는 것이다.

잔해는 가장 큰 것이 가로 3m.세로 5m의 4인용 테이블 크기일 정도로 잘게 부서져 있고 직경 1백m 정도의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항공 전문가들은 파편이 발견된 지역은 주택 밀집지역으로 아파트 단지와 공장 등이 들어서 있어 항공기가 폭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락했을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제의 아파트도 대파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망자가 6명에 불과하고 부상자들도 대부분 항공기 추락 과정에서 이탈된 화물에 의해 타박상 등을 입은 것도 공중폭발 가능성에 설득력을 높여준다는 설명이다.

추락 후 아파트와 접촉하면서 또는 그 뒤 지상에 추락.폭발했을 경우 반드시 생겨야 하는 엄청난 크기의 비행기 추락 웅덩이가 없다는 점도 공중폭발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조종실 화재나 계기상 이상 등 기장이 비상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고도 1천m 지점 부근에서 발생했다면 회항 등을 위해 관제탑과 반드시 교신했어야 하는데 교신이 없었던 것도 돌발 폭발 가능성을 크게 해준다.

화물을 많이 싣거나 느슨하게 묶어 기체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추락했을 가능성은 거의 배제된 상태다. 이 경우 기체는 큰 요동을 칠 뿐이고 추락까지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교부와 대한항공측은 현재로선 규명되지 않은 원인에 의해 공중에서 엔진 등이 폭발한 뒤 기체가 추락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있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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