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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도 지역 특성에 맞춰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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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요즘 지방 대학은 누리(NURI)사업 열기로 가득 차 있다. 누리사업의 혜택을 받게 된 학생들은 오랜만에 희망에 부풀어 있고, 참여 교수들은 이 사업이 지향하는 '지역혁신'과 '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혁신과 균형발전의 과제는 사회복지 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중앙정부의 각종 복지정책이 도시 지역, 그중에서도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 주민들의 복지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큰 거리감이 있다.

예를 들면 전남의 경우 중앙정부의 노인 교통수당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전남은 전국 최초로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상회, 이미 노령사회에 도달했다. 불편한 다리로 높은 마루와 불편한 부엌.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농촌 노인들에게 더 시급한 것은 교통수당보다 주택개선일 것이다.

이렇게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대부분의 노인복지정책은 지역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채 일률적이다. 지방 주민의 개별적 욕구는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수요가 높은 지방일수록 재정적 여건이 열악하고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미약한 게 현실이다.

지역 내에서의 격차 또한 심각한 문제다. 전남의 경우 장성군처럼 독자적인 노인보건복지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 선도적인 기초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재가복지사업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군도 수두룩하다. 이런 상태에서 2008년까지 모든 읍.면 단위에 가정봉사원 파견시설을 설치한다는 복지부의 계획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고 해서 노인문제만 신경 써야 할 일도 아니다. 농촌의 젊은 부부들이 도시로 떠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자녀의 교육문제 때문임을 감안할 때 농촌 지역의 아동교육.아동복지에 대한 광범위한 배려가 시급하다.

10여년 전 처음으로 일본 후생성을 방문했을 때다. 공무원마다 책상 앞에 전국 지도를 붙여놓고 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다. 그 지도는 지역별로 다른 색깔로 표시돼 있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욕구를 감안한 복지정책을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 공무원들이 스스로 만든 지도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 중앙정부의 복지정책도 '지역'을 염두에 둬야 할 때가 됐다. 나는 모든 복지정책 결정자가 지도를 펼쳐놓고 색칠하면서 전국적으로 균형발전이란 과제를 달성하면서도 동시에 지역 특수성과 지역주민의 복지욕구를 감안한 '맞춤형'복지정책을 만들어주기를 촉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절박한 복지욕구를 직접 보고 느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 싶다.

한혜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