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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어민들 “참게철 다 가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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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임진강 어민 민선근씨가 훼손된 폐어망을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건져 올리고 있다. [최승식 기자]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황포돛배 선착장. 참게잡이에 종사하는 어민 장석진(45)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씨는 “참게를 잡기 위해 통발 500개, 각망 5개, 자망 3개를 강에 설치해 뒀는데 6일 새벽 북한이 황강댐을 무단방류하면서 모두 떠내려가 5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주문한 어구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도착하는 데다 어구 설치 기간도 일주일 정도 걸리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어구가 떠내려갈 동안 경보 방송이나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어구가 모두 사라지고 한 시간가량 지나서야 연천군과 수자원공사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대피 안내 문자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받았다. 필승교 수위가 경계 수위인 3m를 넘어선 오전 6시에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이 정상 작동됐더라면 개당 70만원씩 하는 각망 5개는 건져 낼 수 있었다. 어민들은 어구 피해도 피해지만 참게철 20여 일 동안 조업을 못하는 데 따른 어획량 감소 때문에 타격이 심하다.

6일 북한의 댐 방류로 연천·파주 지역 어민들이 임진강에 설치한 어구가 유실돼 1억3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파주 지역에서는 4개 선단 35명의 어민이 참게 등을 잡기 위해 임진강에 쳐놓은 통발 1만5950개, 각망 167개, 자망 45개 등의 어구가 없어져 1억여원의 피해를 봤다. 연천 지역은 13명의 어민이 400∼500개의 통발 등 3000여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파주시 적성1선단장을 맡고 있는 어민 민선근(59)씨는 “그동안 맑은 날씨가 계속된 데다 북한의 댐 방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해 강에 어구를 설치해 둔 상태에서 어구가 모두 떠내려가 4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참게잡이를 망치는 바람에 생계 유지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임진강 어민들은 “북한이 하루 전 방류 계획을 알려 주지 않으면 강에 설치한 어구를 건져 내기 힘든 상황이다. 장석진씨는 “이번 어민 피해는 당국의 늑장 대응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어민들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이종갑 축수산산림과장은 “북한의 댐 방류는 자연재해로 인정이 안 돼 어민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어민들의 딱한 형편을 감안해 지원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 5명 직위 해제=한국수자원공사는 북한 황강댐 기습 방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당 유역의 경보시설 위탁 업무를 담당하는 임진강건설단장과 공사팀장, 사고 당시 당직자 등 관련자 5명을 10일부로 직위 해제했다.

전익진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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