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원 낙찰…도공 통행료시스템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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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수억원대의 공공사업을 단돈 1원에 입찰한 사례가 나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서울외곽순환로 자동통행료 징수시스템(ETCS) 2차 시범사업자 선정에서 포스데이타가 1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자동차를 상대로 자동으로 요금을 청구하는 이 시스템은 주파수(RF) 방식과 적외선통신(IR) 방식 두 가지로 나눠 시범자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IR 부문에는 삼성SDS가 단독으로 제안서를 냈지만, RF 부문에는 포스데이타와 서울통신기술이 경쟁을 벌여 왔다.

당초 도공은 예정가격으로 6억9000만원을 제시했으나 포스데이타가 1원에 입찰하면서 최저가 입찰방식 규정에 따라 RF 분야 사업자로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경쟁업체인 서울통신기술은 14억원대를 써냈다.

포스데이타가 '1원 입찰'이란 강수를 둔 것은 단기적으로 손해보더라도 일단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이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국 고속도로의 시스템 구축사업은 향후 ETCS 단말기 시장만 수천억원대로 추정돼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앞서 도공이 지난해 초 실시한 고속도로 스마트카드 구매와 전자지불시스템 구축사업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1원 낙찰이 이뤄졌다. 이처럼 정보기술(IT) 분야의 건설업으로 불리는 시스템통합(SI) 업종에서 저가 입찰에 따른 출혈경쟁이 자주 빚어지는 것은 일단 초기 프로젝트를 따내면 향후 막대한 규모의 추가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공정 경쟁 실천운동'을 선포했다. SI 업계의 과당 경쟁을 자제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다시 1원 입찰이 재현되자 SI 업계는 겨우 분위기를 잡아가던 공정 경쟁 풍토가 무너져 내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데이타 측은 "이번에 탈락할 경우 수십억원대의 투자비를 날리고 이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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