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샛강 살려낸 고교생들…美 아도비강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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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부에 작은 도시인 페탈루마가 있다.

이곳을 관통하는 아도비 샛강은 주민의 자랑거리다.

희귀 담수어종인 옥새송어와 치누크연어가 뛰노는 생태계의 보고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 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만이 아니다.

이 강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은 강' 이었다.

생활쓰레기.폐수가 흘러넘치고 폐타이어.폐냉장고 등 쓰레기가 범벅인 방치된 강이었다.

이 아도비강을 살려낸 사람들은 고교생들이다.

'카사 그란데 고등학교 낚시꾼 연합' 이라는 다소 한가한 이름의 서클이다.

시작은 83년. 카사 그란데 고교 과학교사인 톰 퍼러와 20여명의 학생들은 자연탐사활동을 펼치다 아도비 계곡을 찾게 됐다.

학생들은 악취와 쓰레기로 오염된 계곡에서 망연자실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고장이 이처럼 황폐해지는 것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클을 만들고 여가시간을 주변지역 청소와 나무심기에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이들이 치운 각종 쓰레기 양만 약 30t.강 기슭과 하류에는 매년 1천2백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샛강살리기는 후배들에게 계속 이어졌고 졸업생들도 미 전역에서 이를 후원했다.

몇년 뒤에는 페탈루마 시민 4만8천여명 전부가 힘을 보탰다.

학생들은 또 카사 그란데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 1차 부화장을 만들었다.

옥새송어와 치누크연어의 부화를 위해서다.

끈질긴 연구와 부화 및 방류시도가 계속됐다.

또한 이들은 정책도 바꿨다.

학생들은 자료를 뒤진 끝에 이미 새로운 급수시스템의 개발로 더 이상 아도비강이 비상급수로서의 필요성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생들은 당국에 호소, 결국 1백년만에 댐 수문을 완전히 열었다.

아도비 강물은 원래대로 바다로 흘러가게 됐다.

학생들이 심은 나무로 강주변은 울창한 삼림으로 변했다.

이후 강물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라졌던 물고기가 돌아왔다.

지난해 조사에서 옥새송어는 80여마리,치누크연어는 2백70여마리가 발견됐다.

지금 페탈루마에는 환경학자 등 6천여명의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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