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각지대에 방치된 유사금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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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이낸스사 등 유사 금융회사들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은행.종금사.생보사들이 줄줄이 정리되면서 유사 금융사들이 우후죽순처럼 그 빈자리를 메우고 등장, 변칙영업 등을 하며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선 이에 따라 최근 파이낸스사를 포함해 교통범칙금 대행업체, 렌털사, 유사 투자자문회사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미 상당수 피해가 난 상태나 늦더라도 철저히 옥석 (玉石) 을 가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유사 금융사들 중 말썽이 그중 많은 파이낸스사는 전국에 현재 6백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4년 5개, 95년 17개에 비하면 5년만에 1백배가 늘어난 것이다.

파이낸스사는 금융기관이 아닌 상법상의 기구로 그중엔 은행이나 대기업이 여신전문기관으로 등록, 특수목적으로 설립한 것들도 많다.

예컨대 금융컨설팅사, 인수.합병 (M&A) 중개사 등으로 일반인을 상대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상당수가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금융기관처럼 과장광고로 예금을 끌어들이는 변칙영업을 일삼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10여개사가 부도 또는 변칙영업으로 쓰러지고 수천만원씩 떼인 피해자가 양산되는 실정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부산 등 지방금융사들이 부실로 대거 정리된 지역에서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사금융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금융구조조정으로 금융권에 공백이 생겼고 시중금리가 급락, 고금리에 맛들인 자금들이 마땅히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식 금융기관이 아니어서 금융감독의 규제가 없다는 허점을 이용,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고금리 약속에 넘어간 투자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유사금융 피해방지를 위해선 투자자들이 고금리 등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신중한 자세로 투자하는 게 우선이다.

유사 금융사에 맡긴 돈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어서 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날릴 위험이 있다는 점은 상식이다.

그러나 금감위가 이를 감독권이 없다고 해서 사각지대로 방치해선 곤란하다.

사금융이 이처럼 팽창한 데는 금융기능이 정상화되지 못한 제도금융권에도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파이낸스사도 순기능이 있는 만큼 무조건 규제위주로 백안시해선 옳지 않다.

하지만 걱정은 금융시스템이 불안한 때일수록 이같은 유사 금융사들이 창궐하고 그 피해가 서민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차제에 변칙 또는 위법적인 방법으로 금융행위를 영위할 가능성이 큰 업태에 대해 경계감시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법 밖에 있다고 외면말고 일본처럼 대금업법 등을 만들어 이들을 양성화해 감독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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