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고진하 '아야진2'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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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바람에 기우뚱대는 부두 뒤편

방파제를 끼고 가다가 역시 등대 뒤편 아스라이 보이는

슬라브 이층집 남자가 업고 나온

아기, 해맑은 눈동자만 사람 구실을 하는

아기, 아야진의 보물이네

달포 전

아야진을 다녀와 여태 지워지지 않는

아기의 유난히 큰 눈동자,

잔뜩 흐려진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첫새벽 우주의 빛

- 고진하 (46) '아야진2' 중

도시의 사람들, 아파트의 사람들에게 가슴을 탁 열어주는 것이 오늘의 동해안이다.

그런 사실에 편승한 풍경의 논리가 정동진이니 무슨 진이니 하는 통속적 명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동해안 그 어디인들 명소가 아니랴. 여기 아야진이라는 작은 어촌에서 본 아기의 눈빛을 못잊어하는 감회가 크게는 우주의 빛으로까지 나아가 시인이 그 눈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눈빛이 시인의 가슴에 박혀있다.

그 아기를 업은 아빠는 소도구로 박혀있다.

그런데 시는 설명에 가까워라.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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