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복개지 상가 철거…생태복원 위해 올해부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68년 1.21사태 이후 군사방어용을 겸한 주상 복합시설로 홍제천위에 세워졌던 유진.신영 상가가 30년만에 철거된다.

또 성북천.정릉천을 복개한뒤 그 위에 세워졌던 성북상가와 풍교상가도 단계적으로 철거되고 하천이 되살아나게 된다.

서울시는 1일 홍제천.성북천.정릉천 등 하천 복개지 위에 세워진 11개 동의 상가와 아파트를 올해부터 2003년까지 단계적으로 철거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치수 (治水) 와 생태복원을 겨냥한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되지만 입주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철거 계획 = 철거대상으로 확정된 건물은 홍제천의 유진상가.신영상가, 성북천의 삼익상가, 정릉천의 풍교상가 등 11개동 2만7천여평 (연면적) 이다.

모두 7백40개 점포가 입주해 있으며 상가 아파트에도 모두 6백7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시는 문제의 건물들이 하천관리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69~73년에 무계획적으로 세워져 생태계를 파괴하고 홍수때 물흐름을 방해해 재해를 발생시키는 등 문제점이 많아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재범 (崔在範) 건설국장은 "상가와 아파트 건물의 대지사용권 (지상권) 존속기간 (30년) 이 만료되는대로 철거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시는 철거대상 11개 동에 대해 조만간 안전진단에 착수키로 했다.

붕괴우려가 높은 건물은 연내에 철거에 들어가고 나머지 건물도 2003년까지 철거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 문제점 = 상권보장을 내세우는 상인들은 철거에 반대하는 반면 아파트주민들은 입주권을 요구하며 철거를 반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가 주민들과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철거결정을 내려 주민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진상가의 경우 시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28억원을 들여 상가 2, 3층에 연말까지 '신지식 산업센터' 를 설치하려했으나 불과 2주일 만에 철거로 입장을 바꿨다.

유진상가 입주상인 崔모 (62) 씨는 "유사시 방어진지 구축을 위해 지은 건물이라 아직도 튼튼하다" 며 "가뜩이나 생계가 막막한 데 갑자기 철거가 웬말이냐" 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세정.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