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지난 후 재테크는…묻어두는 투자서 기회 잡는 적극 투자로 방향 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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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금융위기 이후 1년, 투자자들의 아쉬움이 큰 건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번번이 놓친 탓이다. 기회는 여러 번 왔다. 다만 그땐 그게 기회인 줄 몰랐거나, 기회를 잡을 용기가 없었다.

지난해처럼 다 같이 손실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치자. 하지만 지금까지 금융위기 탓만 하고 있는 건 답답한 노릇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투자법을 ‘포스트 금융위기’ 모드로 바꾸라고 충고한다.

◆저금리와 맞서라=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은행 예금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아직도 거품 논쟁이 일고 있는 부동산으로 가야 하나. ‘펀드는 지긋지긋하다’며 팔아 치운 투자자라면 이런 고민에 빠진다. 동양종금증권 우재룡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물가상승률만도 못한 저금리를 생각하면 지금이 바로 ‘가치투자’의 태도를 가지고 주식시장에 참여할 때”라고 말한다. 금리는 재테크의 척도다. 저금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자산을 키우는 사람’과 ‘자산을 까먹는 사람’으로 나뉜다. 가만히 앉아서 자산이 줄어드는 걸 보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투자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1990년대처럼 은행 예금금리가 12%씩 되는 시대가 다시 올 가능성은 작다.

다만 6개월 미만의 단기투자에선 답을 찾기 어렵다. 경기가 회복 초기단계에 있는 지금은 앞으로 1~2년 정도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설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호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은 “주식시장에서 6개월 만에 얼마를 먹고 나오려고만 한다면, 그건 투자가 아닌 투기”라며 “길게 보고 싼 주식이 아닌 좋은 주식을 골라 사는 게 합리적인 투자”라고 말한다.

◆장기투자, 무작정 하지 마라=‘장기간 투자하면 주식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소박한 믿음, 지난해 금융위기로 산산조각 났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14년 전인 9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식을 오래 갖고만 있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건 버블기에나 통하는 상식이었다. 20년 이상의 초장기가 아닌 이상, 펀드에 묻어두고 ‘언젠가 오르겠지’하는 건 위험하다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 신긍호 자산컨설팅부장은 “장기투자를 하면 된다며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돈을 마냥 묻어둬서는 시장이 흔들릴 때 위험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주식·채권·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편입비중을 조정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무조건 여러 펀드에 가입한다고 위험이 분산되는 건 아니다. 한때 펀드 투자자들은 ‘한국·중국·베트남·브릭스 펀드’처럼 여러 나라에 투자하면 그게 바로 분산투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주식에만 ‘몰빵’ 투자한 셈이었고, 급락기엔 한꺼번에 다 빠졌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 주식과 금처럼 서로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타이밍 맞추는 건 포기해라=8일 코스피지수는 1619.69. 뛰어들자니 이미 너무 오른 것 같아 겁이 난다. 한국투자증권 한경준 PB는 “많은 투자자들이 올 봄부터 현금을 들고 조정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직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파는 완벽한 타이밍. 개인 투자자가 이를 포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지수를 예측해 최고의 타이밍을 잡으려는 생각이 투자를 망친다”고 지적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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