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대 불법 ‘외환차익 거래’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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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외국 통화의 가치변동을 예측한 매매로 외환차익을 올리는 FX(Foreign Exchange)마진 거래를 불법 중개한 업자와 투자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외사부(박성동 부장검사)는 8일 FX마진 거래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불법으로 투자자를 모집, 외국 선물회사를 통해 거래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위반)로 무인가 외환선물 거래업체 D사 허모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또 G사 대표 조모씨 등 중개업체 관계자 7명도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검찰은 개인 투자자 가운데 미화 5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황모씨 등 16명도 약식 기소했다.

허씨는 전국에 16개 지점을 설치한 뒤 2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조직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허씨 등은 국내 허가업체를 통하면 증거금의 50배까지만 거래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업체를 통해 외국 선물회사와 거래하면 100배까지 거래가 가능하다고 선전했다. 이럴 경우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670여 명(송금 건수 1100여 건)의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허씨 등은 투자받은 258만 달러를 증거금으로 9조5800억원어치의 달러와 엔화·유로화 등 외환 선물거래를 해왔다.

검찰은 허씨 등은 거래 수수료를 꼬박 챙겼지만 지난해 환율 변동 폭이 커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은 수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부산=김상진 기자

◆FX마진 거래=일정액의 증거금을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예치해 놓고 특정 외국 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해당 통화를 사고파는 외환선물거래의 일종이다. 국내 선물사 4~5곳이 중개 역할을 하고 있어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소액의 증거금으로 최대 50배(국내 기준)까지 투자할 수 있어 환율 움직임을 잘못 예측하면 증거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큰 파생상품이다. 국내 FX마진 거래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지난해 92%에서 올 들어 99%로 급증했다. 올해 1월에서 5월까지 개인들의 손실액이 449억원에 이르자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거래금액을 증거금의 50배에서 20배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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