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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Y2K 해결 정부 헛돈 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충북 청원군에 공장이 있는 생수병 제조업체 D실업의 서울 영업부엔 지난 1월초 '컴퓨터 2000년도 인식 오류 (Y2K)'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청에서 공공근로자 한명이 지원나왔다.

그러나 이 공공근로자는 간단한 설문 조사만 했을 뿐 문제가 되는 제조설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 회사 金모 (35) 과장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20억원짜리 자동화설비의 Y2K문제 해결을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

중기청이 도움을 준 것은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2백3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 Y2K문제 해결 지원사업이 주먹구구식 운영에다 관련기관.지자체간 협조미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차사업에 68억원, 이달부터 올해말까지 2차사업에 1백63억원 등 모두 2백31억원의 예산을 들여 1천5백여명의 전산 유경험 공공근로자를 동원, 전국 1만6천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Y2K문제 해결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 중소기업이 종업원 5인 이상 중소기업체 9만2천여개 가운데 17%에 불과한데다 지원 자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화학.비료.약품설비 등 해결이 시급한 비정보 분야 (Non Information Technology) 의 경우 가스누출.화재.폭발 등의 위험성이 있는데다 관련 대기업에 연쇄적인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폐유 정제사업장의 경우 원료.활성제 혼합 통제 프로그램 (PLC)에 문제가 생기면 가스누출.폭발사고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산업안전관리공단의 분석이다.

중소기협중앙회가 최근 전국 1천1백1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Y2K문제 해결에 손도 못대고 있다" 고 응답한 업체가 전체의 48.5%에 이르러 정부의 지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문인력이라도 최소 5주 이상의 교육이 필요한 Y2K문제에 겨우 5일간의 형식적인 교육을 마친 공공근로 요원들로 대처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 이라고 말한다.

또 70개 시스템통합 (SI) 업체를 선정해 개별 중소기업과 계약, 문제를 해결케 하는 2차사업 역시 개별기업당 최소 1천5백만원이 필요한데도 1천만원 정도로 책정,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부처.지자체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가 지난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2000년 문제 중소기업 지원사업' 은 중기청 사업과 다를 바 없다.

LG EDS Y2K지원센터 최대성 (崔大成.41) 부장은 "어느 기업이 어떤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가를 우선 조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정보화지원과 정영태 (鄭榮泰) 과장은 "1차 사업 때는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2차 사업은 자금.기술.인력을 총동원해 사업에 임하고 있다" 며 "중소기업들이 중기청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한다면 Y2K문제 해결 지원사업은 성공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재희.우상균.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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