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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3곳 개표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권자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정치권만 열을 올린 3.30 재.보선은 예상대로의 결과로 끝났다.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의 시선도 외면한, 그래서 정치혐오증만 가중시킨 선거였다.

결과가 예상과 다르지 않자 당사에서 TV의 개표중계를 지켜보던 여야 지도부에서도 별다른 긴장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중앙당 = 국민회의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은 안양시장 선거에서 진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여야 3당이 각각 한 지역씩 승리하면 황금분할 아니냐" 고 촌평했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개혁과 경제살리기 작업을 강하게 밀고나가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고 여권의 승리로 규정했다.

자민련은 오후 11시쯤 김의재 후보의 시흥 당선이 확정되자 들뜬 가운데 자축 샴페인을 터뜨렸다.

당총재실에서 TV를 지켜보던 박태준 (朴泰俊) 총재는 그러나 한때 3백표차로 한나라당 장경우 (張慶宇) 후보와의 표차가 좁혀지자 상황실 방문을 1시간30분 이상 늦추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만하면 선전을 한 셈" 이라면서 허탈한 가운데 자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시흥에서 장경우 후보가 줄곧 시소게임을 벌이다 결국 낙선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이회창 총재는 주요 당직자회의.기자간담회를 잇따라 갖고 "지난해 광명을 선거때와 마찬가지" 라며 여당의 불법 타락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 선관위 = 이른 아침부터 전직원이 비상 근무체제로 돌입, 투표 진행상황을 점검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된 투표가 오전 9시 첫 집계결과 투표율 8.7%로 낮게 나타나자 선관위는 1백4대의 차량을 동원,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가두방송과 아파트 구내방송을 하면서 투표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였다.

◇ 구로을 =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7시 개표 시작 이후 내내 국민회의 한광옥 후보가 한나라당 조은희 (趙恩姬) 후보를 여유있게 앞섰고, 양측의 분위기는 확연히 엇갈렸다.

韓후보 선거대책본부엔 표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이겼다' 는 환호와 박수가 계속됐고, 오후 9시쯤에는 韓후보에게 지역구를 넘겨준 김병오 (金炳午) 전 의원이 방문해 韓후보의 승리를 축하. 韓후보측 선거운동원들은 韓후보가 趙후보를 4천여표 이상 앞선 오후 10시쯤 준비한 막걸리 20박스와 통닭.홍어회 등으로 축하잔치를 시작.

趙후보측은 침울했다.

개표 초반 일부지역에서 韓후보를 리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역전이 가능하다" 는 소리도 간간이 나왔으나 표차가 돌이킬 수 없게 커지면서 한두명씩 사람들이 빠져나가 당사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趙후보는 오후 10시쯤 지구당사를 찾아 울먹이는 운동원들에게 "수고했다" 고 위로한 뒤 총총히 사무실을 떠났다.

◇ 시흥 = 자민련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와 이태섭 (李台燮) 부총재 등이 자리를 뜨지 않고 개표상황을 줄곧 지켜봤다.

자민련 지도부와 당원들은 金후보가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발표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응원하는 모습. 중반 이후 표차가 지속적으로 1천여표 이상으로 나타나자 "이제 우리가 이겼다" 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운동원들은 승리가 물건너가자 "중앙당 지원이 너무 없었던 게 결정적인 패인" 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3시쯤 시흥시매화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 인사차 들어갔다 나오던 자민련 김의재 후보를 한나라당 청년당원들이 붙잡아 투표소 내에 감금하는 사태가 발생.

한나라당 청년당원 20~30명은 "선거법상 후보가 투표소에 들어올 수 없다" 며 동사무소 출구를 봉쇄, 金후보를 에워싸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

◇ 안양 = 오후 6시 국민회의 이준형 (李俊炯) 후보를 7% 이상 앞섰다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무르익기 시작한 한나라당 신중대 후보 캠프의 잔칫집 분위기는 오후 10시 愼후보의 사무실 방문때 절정을 이뤘다.

3백여명의 선거 관계자들은 '신중대' 를 연호했고, 愼후보는 안상수 (安商守) 의원 등과 함께 손을 들어 답례했다.

두 후보의 표차가 10% 이상 벌어진 오후 9시부터는 즉석 인절미 파티가 벌어져 축제분위기를 더했다.

최훈.이정민 유광종.이상렬.윤창희.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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