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시카고대파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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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카고대는 축제가 없는 대학이다.

대신 대학원 중심의 1년 4학기제로 꽉 짜여진 교과과정은 학생들을 공부 스트레스로 몰아간다.

79~85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고려대 임혁백 (정치학) 교수는 "응용학문보다는 순수학문을 중시하는 경향에서 시카고대 특유의 학풍을 읽을 수 있다" 고 말한다.

81~87년 동안 시카고대에서 공부했던 연세대 조하현 (경제학) 교수의 경우 "고딕식 건축물이 펼쳐진 캠퍼스 분위기 자체가 학구적" 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두 교수가 공통으로 하는 얘기는 '시카고대 = 대학교수의 대학' 이다.

다른 말로는 교수사관학교.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이라는 타이틀도 빼놓을 수 없다.

조하현 교수는 "특히 경제학의 경우 90~93년 4년 연속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머튼 밀러, 로널드 코즈, 게리 베커, 로버트 포겔) 수상자를 낸데 이어 95년 로버트 루카스 교수가 뒤를 이을 정도로 화려하다" 고 말을 보탠다.

그 이전의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74년).밀턴 프리드만 (76년).시어도어 츌츠 (79년).조지 스티글러 (82년) 등 노벨상의 경제학자들까지 거론하면 사정은 더하다.

'케인즈 경제학' 의 반대편에 서 있는 '통화주의' '합리적 기대이론' 등 핵심 경제사조가 모두 이들 경제학자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학에서의 자유주의 (9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적 학풍은 시카고대 전체를 아우르진 않는다.

임혁백 교수는 "경제학이 신자유주의 관점으로 시카고학파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치학에선 진보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는 평가다.

학문적 명칭으로는 비판적 자유주의. 자유방임이 아니라 정부의 사회적 책임론이 더 강하게 부각시키는 이념에 해당한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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