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정말 자신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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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민연금이 정말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

오는 4월 전국민 확대시행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미비점은 여전해 전국민의료보험.고용보험과 더불어 사회보장제의 완성이라는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과연 자신있는 시행이 가능한지 정부에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연금 강행 방침을 정한 이후에도 소득신고율 저조.하향신고 경향, 그리고 재정부실 우려 등 당초 연금이 안고 있던 근본적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8일 현재 국민연금은 65%인 6백54만여명이 신고했으나 신고한 보험 적용자 가운데 소득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은 2백55만명으로 44%에 불과했다.

이는 당초 복지부가 예측한 60%선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보험재정의 부실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자영업자들이 소득을 하향신고해 월평균 신고액수가 90만원 수준으로 직장가입자의 월평균소득 1백48만원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봉급생활자들이 꼬박꼬박 내온 보험료가 자영업자들을 거들어주는 결과를 부르게 돼 공평성 시비를 두고두고 일으킬 소지가 되고 있다.

실직자.휴폐업자 등 현재로선 소득이 없다고 한 납부유예신청자가 3백24만명을 넘는다는 사실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긴 마찬가지다.

물론 납부유예자 가운데는 일부 23세 이상의 학생.군인 등도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를 지난 2월의 실업률 8.7% 1백79만명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어딘가 아귀가 안맞는다는 점이다.

부실신고에 부실자료로 연금시행을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덧붙여 정부는 추가가입신고를 오는 4월 15일까지 연장해 그때쯤이면 대상자의 90% 정도가 신고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이 맞는다 하더라도 미가입자가 1백만명이 넘어 의무가입의 취지는 이미 빛이 바랜 셈이다.

국민연금은 그렇지 않아도 '나라 경영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가' 며 현정부의 정책수행능력에 강한 불만을 촉발시킨 신호탄이었다.

빠른 보완.정비를 못하면 내년 이후 연차적인 보험료 인상 시기마다 강한 저항을 매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미 농어촌보험의 경우 보험료 미납률이 평균 30%에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 체제 이후엔 40%선으로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뚝심이나 힘겨루기 행정으로 해낼 일이 아니다.

강행이 능사가 아니어서 지금부터라도 사업장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보험재정분리나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 제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복지부 단일 부처 차원이 아닌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해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을 높이기 위한 조세체계 개편.연금재정 안정화 방안 등 제도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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