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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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증권업계에 공사채형 수익증권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현대증권의 이익치 (李益治.55) 회장. 무려 29조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견인차로 업계 중간치기 현대증권을 단숨에 정상권으로 끌어올렸다. 회사채 수익률이 30%에 육박했던 당시 그는 실무진의 우려를 무릅쓰고 우량 회사채를 닥치는대로 사들였다.

사내에서조차 '현대가 드디어 망조로 들어섰다' 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대성공.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실세금리가 10%대 아래로 떨어지자 회사는 돈방석 위에 올라섰고, 이번에는 그를 향한 주변의 부러움과 시샘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요즘 또 한번의 깜짝쇼를 시작해서 경쟁사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무려 1백조원에 달하는 메머드 펀드인 '바이 코리아' 판매에 들어간 것. 그것도 3년내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장담하고 나섰다.

투자규모가 크면 그만큼 위험도 큰 것. 측근들의 우려에 그는 "흐름을 읽는 자만이 대성할 수 있다" 며 한마디로 일축한다. 지난 96년 벤치마킹을 위해 미국 메릴린치를 방문한 뒤 그는 메릴린치 신봉자가 됐다.

그의 꿈은 현대증권을 메릴린치처럼 증권.보험.뱅킹 등 금융에서 심지어 장례 서비스까지 하는 종합 서비스업체를 만드는 것. 올들어 적극적으로 지점망을 확충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예비작업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경쟁사들은 현대의 공격적인 지점확충과 인재 빼가기에 비난의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이익이 많은 곳으로 재화와 인력이 모이기 마련입니다. 올해도 지점을 한 50~1백개쯤 더 늘릴 예정입니다. 유능한 인력을 스카웃하는 것은 물론이지요. "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60년대 서울대 상대를 나와 한국은행 입사를 마다하고 건설판에 뛰어든 그를 鄭명예회장이 남다르게 보고 직접 비서로 발탁한 것이 30여년 인연의 시발점이 됐고 그후 여러 곳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쌓았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증권투자는 흐름을 사고 파는 일. 건설현장에서 보여줬던 불도저식 경영전략이 이번에도 들어맞을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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