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공약'에 발목잡힌 미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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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공약은 함부로 할 게 아니다. " 최근 약 2개월 동안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박석원) 의 내홍 (內訌) 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이다.

미협은 박이사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지부 회원들의 선거권 인정이 유보되자 일부 회원들이 갈라져나가 서울특별시 지부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한차례 갈등을 겪었다.

결국 이 분란은 최근 박이사장이 "전국 지부 회원들에게도 서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1인1표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서울 및 광역시에도 지부.지회를 설립하겠다" 고 밝힘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박이사장의 또다른 공약인 문인화분과 신설이라는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서예 분과에 속해있는 문인화는 시 (詩).서 (書).화 (畵) 를 한꺼번에 다루는 특성상 서예분과나 동양화 분과로, 또는 독립된 한 분과로도 볼 수 있어 분류가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문인화 분과 만들기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이 거세 일단 보류하기로 굳어진 상황이라 박이사장은 "올 7월 문인화대전을 일단 개최해보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해 결정하겠다" 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상태.

요즘 추세로 봐선 "동양화와 서양화도 분과를 합쳐야 하는 게 아니냐" 는 '통합' 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역시 공약이라 조심스럽다.

신중하게 정해야 할 것이 공약이지만, 한편으론 '문제가 있는데도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강행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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