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동운동 위기는 노조 내부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어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운동의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투쟁 일변도의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민주노총 등 일부 노동운동권에 대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종전엔 노조가 약자로 받아들여졌고, 노조의 투쟁은 생존권을 위한 것이라는 여론의 동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사회적 여건이 바뀌었다. 사용자는 수탈자이고, 따라서 착취에서 벗어나려면 투쟁밖에 없다는 식의 노동 운동 공식은 지금 상황에 걸맞지 않다. 오히려 대기업 노조는 또 다른 강자로서 힘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일부 노조가 과거처럼 툭하면 파업을 일삼고, 이 때문에 노조가 여론의 지지는커녕 질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노동운동의 위기가 내부에서 오고 있으며, 노동계가 교섭을 투쟁으로 생각하는 타성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김 장관의 충고를 노동계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으로는 노동계가 더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 측도 노조의 강경투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명경영과 종업원 만족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종업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고객도 만족시킬 수 없다. 정부 역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합리적인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런 전제 아래 노사정 3자가 만나 한국 경제의 앞날과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위한 합의점을 큰 틀에서 찾아내고자 하는 기구가 노사정대표자회의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노사정회의의 참여를 유보하고 있는 것은 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노총은 내부갈등을 하루빨리 추스르고 노사정회의에 나와야 한다. 노사 관계의 안정 없이는 한국 경제의 앞날을 찾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노조 구성원들의 희망이 사라지고 노조의 존립이유도 없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