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장규 칼럼

양도소득세를 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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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우리나라 세금 중에서 가장 파란만장했던 것은 무엇일까. 따져볼 것도 없이 양도소득세일 게다. 없앴다 만들었다, 올렸다 내렸다 수도 없이 발동해온 정책이 바로 양도소득세 정책이다. 지금도 그 위세가 대단하다. 부동산투기 대책으로 지난 김대중 정권 말기부터 양도세를 들고 나오더니, 정권이 바뀌면서 오히려 더 강화해 왔다. 아마 역사상 최강도 양도소득세일 거다.

*** 재산세 인상은 잘하는 일

언제나 그렇듯이 양도세의 위력은 "꼼짝마라. 움직이면 쏜다"에서 나온다. 양도세는 가만히 있는 부동산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움직이는 이동과녁만 쫓아다니며 쏜다. 딱총으로 안 되면 기관총으로 쏘고, 그래도 안 되면 미사일을 동원해서라도 움직이는 과녁을 쏘아 떨어뜨린다. 요컨대 세금 두드려 맞는 게 싫으면 일절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른바 양도소득세의 거래동결 위력이다.

문제는 부작용과 역기능이다. 급한 불을 끄는 동결효과는 강력한데, 이것이 몰고오는 골치 아픈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악순환을 경험해 왔다. 양도세 공세로 부동산거래를 동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래가 사라지니까 부동산시장의 오버킬링 현상이 빚어지고, 집을 안 지으니까 공급이 달려 몇년 뒤에는 또 다른 부동산값 상승 요인을 만들어내는 악순환 말이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 부동산 경기가 어차피 오를 때쯤 돼서야 양도세를 푸는 바람에 부동산투기에 오히려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양도소득세와 부동산값은 근본적으로 치유책은 고사하고 악순환 관계였던 셈이다.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해서 늘 거론되던 처방이 '거래과세는 내리고 보유과세는 올리자'는 것이었다. 양도세나 취득세.등록세 같은 세금부담은 줄여주는 반면, 재산세 같은 것은 확 올리자는 것이다. 그래야 공급이나 수요가 늘어나 거래가 활발해지고 세금정책이 비로소 부동산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논의만 무성했을 뿐 실천이 안 따랐다. 조세저항이 겁나 재산세에 손대는 것을 역대 정권이 꺼려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려운 일에 노무현 정권이 용기있게 칼을 뽑아들었다. 상당한 조세저항을 감수해가며 재산세를 대폭 올리고 있다. 세제 쪽에서는 주목받아야 할 개혁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의회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지만 용케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는 정책이며 잘하는 일이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양도세 정책을 보면 박수는커녕 기가 찰 지경이다. 보유과세를 높이면서 거래과세는 내려줘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둘다 한꺼번에 잔뜩 올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완벽한 '목조르기'작전이다.

이러다간 큰일나게 생겼다. 애당초 너무 독한 약을 쓴다 싶었는데 약 무서운 줄 모르고 계속 쓰고 있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서둘러 양도세를 내려야 한다. 모처럼 개혁의지를 발휘해 밀어붙이고 있는 재산세 현실화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양도세는 내려야 한다. 거래를 터줘가면서 재산세를 올려야 조세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재산세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으면 경제 전체가 결딴나게 되어 있다. 부자와 건설업체 편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칫하면 은행들까지 치명상을 입는 상황으로 간다. 대부분의 은행이 IMF사태 이후 기업금융을 줄이고 가계금융 위주로 돌면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잔뜩 늘려 놓았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마다 눈덩이 부실에 끙끙 앓고 있다. 어디 한군데서 꽝 터져 연쇄폭발 현상이 일어나면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 제2의 금융위기 부를 수도

경제원론으로 돌아가자. 동결정책은 한시적이어야 한다. 거래를 못하게 해놓고 가격안정이라고 우기는 것은 마치 운전 못하게 해 놓고 무사고 운전 표창하는 꼴이다. 세금정책 차원에서도 그렇고 부동산정책 차원에서도 그렇고 지금 상황은 원칙에 너무 안 맞는다. 재산세 현실화는 계속해 나가야 하되, 현행 양도소득세는 취득세.등록세 등과 함께 서둘러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고 뒷북 정책을 펴는 어리석음은 겪을 만큼 겪지 았았나.

이장규 경제전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