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발칸] 독일 2차대전후 첫 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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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루프트바페 (독일 공군)가 54년 만에 전쟁터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같은 2차대전 패전국 일본의 자위대가 영해를 침범한 북한 선박에 전후 처음으로 총격을 가한지 하루 뒤의 일이다.

24일 이탈리아 피아첸자 공군기지를 이륙한 최소 5대의 독일 토네이도 전폭기는 베오그라드 주변의 레이더기지를 맹폭했다.

NATO 군사작전의 일환이지만 독일군이 전쟁에 직접 참여한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자위적 차원을 넘어서는 군사행동을 억제한다는 국가적 금기가 두세대만에 깨진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4일 대국민 TV연설에서 "코소보 평화를 위한 군사적 수단을 제공한 것일 뿐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고 애써 강조했다.

2차대전때 세계 최초의 제트전투기 메서슈미트 (Me109) 를 선보이는 등 고성능 독일 전투기에 혼쭐이 난 유럽 국가들의 표면적인 반발은 아직 없어 보인다.

NATO의 일원인 독일은 그동안 직접적인 군사작전 참여를 기술적으로 피해왔다.

90년 걸프전 당시 군대를 파견하는 대신 전비만을 부담했다.

92년 보스니아 내전 발발때도 파병을 거부하고 95년 종전후 군의관.간호사 등 의료지원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해온 미국이 방위부담을 점차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방위는 독일을 포함한 NATO에, 아시아는 일본에 떠넘기려는 것이다.

독일은 현재 마케도니아에 3천여명의 평화유지군 병력을 파견한 상태. 유고의 공중공격에 대비, 마케도니아에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코소보 사태는 유럽에서 독일의 군사적 역할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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