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여자의 얼굴, 맹수의 수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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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결승] ○·후야오위 8단 ●·김지석 5단

제11보(132~150)=흑▲ 이후는 외길이다. 척 봐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수순이지만 그야말로 일직선으로 관통하여 백△를 떨어뜨렸다. 백은 우상귀를 잡은 후 거의 제자리걸음인데 흑은 좌하의 패를 이기고 다시 좌변을 통째 수중에 넣었다. 후야오위가 우세를 의식하여 멈칫거린 탓도 있지만 그 빈틈을 파고드는 김지석의 맹수 같은 수읽기가 거둔 전과였다. 여자처럼 예쁜(?) 얼굴 어디에서 어떻게 저런 파괴력이 나오는 것일까. 그러나저러나 이제 계가는 어떻게 됐을까. 박영훈 9단은 “드디어 비슷하게 따라붙었다”고 말한다. 엄청난 전과에도 아직 ‘우세’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연이은 충격에 후야오위가 집중력을 잃은 것일까. 140이 턱없이 안이했다고 박영훈은 지적한다. ‘참고도1’ 백1 쪽을 선수한 뒤 7에 두어야 제대로 된 수순이라는 것. 대조적으로 김지석의 집중력은 점점 더 무서워진다.

빈틈을 날카롭게 찌르며 141이 떨어진다. 142가 절대의 응수일 때 143으로 젖혀 이은 수순이 완벽하다. 146으로 하나 때려 봤으나 후야오위는 갑자기 갈 길을 잃은 사람이 된다. ‘참고도2’처럼 후수로 살기는 너무 억울하다. 그렇다고 손 뺄 수는 없고, 또 A로 패를 걸자니 두렵다. 148, 150으로 빙빙 돌며 후야오위는 탄식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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