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태권처녀 조향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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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남자 못지않은 파워와 화려한 발기술로 '태권도계의 터미네이터' 로 불리는 조향미 (27.인천시청) .그러나 그녀는 이름 그대로 아름답고 향기롭다.

태권도 여자선수 중 최고참이자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의 관록을 자랑하는 조는 어려운 집안에 '희망' 을 배달한 효녀다.

조가 태권도를 시작한 것은 북인천여중 2학년때. 당시 1남4녀 중 장녀인 조는 단칸방에서 일곱식구가 철강공장에 다니던 아버지의 얄팍한 월급봉투만 바라볼 정도로 가난했다.

자식 뒷바라지에 엄두가 나지 않은 아버지는 딸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며 태권도를 만류했다.

그러나 조는 체육관에 버려진 헌 도복을 기워입으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언니가 태권도 최고 선수가 되도록 돕고 싶다" 며 둘째 여동생이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했을 때에는 가슴이 미어졌다. 운동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조는 매트에 자신을 던졌다.

그리고 91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조는 95년과 9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잇따라 제패했다. 이와 함께 가난으로 인한 혹독한 겨울추위는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95년 인천시청에 스카우트된 조는 월급을 고스란히 어머니 통장에 입금시켰다. 월급과 각종 대회 포상금 등 조가 4년간 저축한 액수는 8천여만원. 조는 지난해말 이 돈으로 부모님의 평생 소원이었던 33평형 아파트를 마련했다.

지난 12일 끝난 국가대표 최종선발전 라이트급에서 우승한 조는 "오는 6월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한 뒤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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