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는 지금] 봇물터진 중국 기업의 북한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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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한국전쟁에 이어) 다시 압록강을 건넌다. 이번엔 상인으로서."

중국 시사지 요망동방주간(瞭望東方周刊)은 최근 중국 기업의 활발한 대북 진출을 다루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실제 중국 기업의 대북 투자는 이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선양중쉬그룹은 최근 북한 최대 규모의 평양 제1백화점을 10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했다. 투자비는 약 5000만위안(75억원). 이 그룹은 연말에 백화점을 새로 개장해 생활용품과 경공업 제품을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의 대북무역 전문기업인 차오화유롄(朝華友聯)문화교류공사는 지난달 26~30일 중국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평양에서 무역상담회를 열었다. 참가 인원은 100여명. 연간 3000명의 중국 기업인을 북한으로 유치하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 움직임도 주목거리다. 지난달 1일 평남 대안군에서 착공한 대안친선유리공장 건설을 위해 2400만달러를 무상 지원했다. 중국무역촉진위원회는 외자 100%의 대규모 상업시설을 평양에 세울 예정이다.

중국 자본이 북한에 쏠리는 데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다. 우선 북한의 괄목할 만한 경제변화다.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기업의 독립채산제가 강화하면서 북한의 말단 기업까지 물자 확보, 투자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북한 당국도 대북 투자 기업에 대해 세제 등에서 파격적 대우를 해준다. 중국 기업인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 이제야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변화는 감지된다.

둘째, 중국의 북한 시장 선점이다. 중국 기업 관계자가 "북한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의 처녀지와 같아 인프라 건설 등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사업상의 뉴 프런티어라는 것이다.

셋째, 북한 측 속사정이다. 현재로선 경제난 해결의 돌파구를 중국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핵 문제에 걸려 남한의 본격적인 경협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는 바람에 돈줄이던 무기 수출과 마약 밀매의 길이 막히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중 간 경제 협력은 4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며 "과거 중국 지원 일변도에서 호혜적인 관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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