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산림훼손…사후관리 엉망 곳곳 부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해 말 자연경관이 빼어나 자연생태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울산시 정족산 무체지늪. 해발 7백m 정상에 6천년전 생성된 고층습지인 무체지늪 옆 능선으로 산불진화 및 수종갱신 수송용으로 만든 임도 (林道)가 30㎞ 정도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 93년부터 소나무.철쭉나무 등을 베어 내고 길을 냈지만 사후관리 부실로 곳곳이 움푹 패어 차량이 다닐 수 없을 정도고, 통행금지 차단막도 설치돼 있지 않다.

경북영양군.울진군의 경계인 해발 1천4m의 백암산. 수령 50~60년된 활엽수림이 벌목돼 널려 있고 임도 옆으로 흙이 흘러내려 산사태 위험마저 있다.

전국 곳곳의 산림이 임도 건설로 훼손되고 있다.

23일 녹색연합 낙동정맥 (洛東正脈) 환경탐사팀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달간 강원도 태백시~부산 몰운대에 이르는 4백10㎞ 구간을 탐사 (본지 3월 22일자 26면) 한 결과 26곳 (3백~4백㎞)에 임도가 뚫렸으며 이중 정족산.통고산.백병산 등 20곳은 산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98년 말 현재 국내 임도는 총연장 1만3천5백15㎞로 서울~부산을 15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

문제는 임도를 건설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데다 산림자원관리나 비상사태용으로 쓴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일단 건설한 뒤 대부분 사용.관리도 안한 채 방치하고 있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