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철강, 증자 또 무산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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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연합철강의 15년 숙원 사업인 증자 (增資)가 또 다시 무산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법원이 "전 사주이자 2대주주인 권철현 (權哲鉉) 중후산업 회장이 연합철강 증자에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다" 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지법은 23일 연합철강과 소액주주 7명이 權회장을 상대로 낸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 에 대해 "權씨가 연합철강 증자에 반대하는 것은 주주로서 적법한 의결권 행사" 라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상장기업인 연합철강이 올해도 증자를 못할 경우 증권거래법상 주식분산 요건을 맞추지 못해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 증자를 둘러싼 논란 = 연합철강은 38% 지분을 가진 權회장의 반대로 84년 이후 증자를 하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연합철강 등은 지난 1월 서울지법에 '증자에 반대할 수 없도록 權회장의 주주 의결권을 금지해 달라' 는 요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 양측 입장 = 연합철강 관계자는 "權회장의 권리 남용으로 오랫동안 증자는 물론 정관 변경도 못하면서 설비투자.외자유치 등이 막혀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權회장 측은 "연합철강이 그동안 경영을 잘못해왔으므로 증자에 동의할 수 없다" 고 밝혔다. 權회장 측은 증자를 할 경우 지분이 줄어드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철강은 이번 판결에 불복, 항고하는 한편 오는 30일 정기주총에서 수권자본금 증액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격돌이 예상된다.

◇ 싸움 배경 = 증자를 둘러싼 다툼은 최대주주 (58%지분) 인 동국제강과 權회장간의 오랜 갈등을 반영한 것이다. 연합철강의 창업자인 權회장은 77년 유신정권에서 회사 지분의 50%를 국제그룹에 넘겼으며, 다시 85년 5공때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동국제강으로 넘어갔다.

이에 權회장은 지분 만큼의 상임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한편 임원 해임 등 15차례의 각종 소송을 걸어왔다. 최근엔 동국제강이 인수 의사를 밝힌 한보철강에 대해 權회장측이 주도한 미국계 네이버스 컨소시엄이 인수 경쟁에 참여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고현곤.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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